▲ 현대글로비스와 LPG와 암모니아를 장기 공급하기로 계약한 트라피구라.(사진=트라피구라)
▲ 현대글로비스와 LPG와 암모니아를 장기 공급하기로 계약한 트라피구라.(사진=트라피구라)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수소 모빌리티'을 강화하기 위해 가스 및 암모니아 해상 운송에 나선다. 암모니아와 액화석유가스(LPG)를 개질하면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수소를 생산하려면 부생수소를 개질해야 하는 만큼 한계가 뚜렷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원료 업체로부터 암모니아와 LPG를 수입한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현대글로비스는 5일 스위스의 트라피구라(Trafigura)와 가스 및 암모니아 해상운송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트라피구라는 광물 및 에너지 등을 취급하는 무역회사다. 지난해 트라피구라의 중계 마진으로 매출 173조원, 영업이익 3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트라피구라는 원자재를 중간거래하는 마진으로 현대차보다 약 70조원을 더 번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24년부터 10년 동안 트라피구라와 암모니아 및 LPG를 거래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원료를 실어나르기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해 초대항 가스운반선(VGLC) 2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VGLC에는 8만6000㎥의 가스를 실을 수 있다. 현재 항행 중인 VGLC 중 최대 규모다.

현대글로비스는 VGLC의 화물창을 특수 재질로 제작해 암모니아까지 실을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글로비스가 들여온 암모니아와 가스를 어떤 업체가 수소로 개질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VGLC를 건조할 조선사도 알려진 게 없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중 화학업체들이 없는 만큼 가스 및 암모니아 개질을 외주 업체에 주는 방안도 유력하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여곳의 대그룹들과 '수소 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참여 기업들은 각자 '비교 우위'에 있는 사업들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암모니아 등의 개질을 외주화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현대차는 오는 8일 경기도의 일산 킨텍스에서 'H2비즈니스서밋' 행사에 참여한다. 이 행사에서 국내 대그룹이 참여하는 수소기업협의체가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행사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그룹 총수가 참석하고,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등 수소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경영진이 참석한다.

수소기업협의체에 참여하는 기업 중에는 SK가스와 GS칼텍스, 한화종합화학 등 다양한 석유화학 업체들이 있는 만큼 현대글로비스가 실어온 LPG와 암모니아를 개질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포스코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까지 LPG와 암모니아 수입을 밝히면서 수소 생산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라며 "기업 간 협력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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