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에서 풍력으로 바꾸면 끝? '에너지전환 딜레마'

  • 이수연 기자
  • 2023.05.08 17:59
(사진 주빌리 오스트레일리아 보고서 갈무리)/뉴스펭귄
(사진 주빌리 오스트레일리아 보고서 갈무리)/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풍력발전기나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에너지에 필요한 금속을 재활용하지 않고 과도하게 캐낸다면 석탄에서 광물로 넘어왔을 뿐 환경오염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단체 주빌리 오스트레일리아(Jubilee Australia)는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에너지전환을 향한 세계적인 수요를 성급하게 예측한 호주 정부가 실제 필요한 금속보다 과잉 채굴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현재 광물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대책을 준비하는 가운데 발표됐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같은 '녹색기술'에는 많은 양의 다양한 금속이 필요한데, 이들을 '녹색광물'이라 한다. 풍력발전 터빈에는 니켈·망간 등 금속이 쓰이며,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코발트 등의 금속이 사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2020년보다 6배 많은 녹색광물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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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리튬 1톤을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15톤이 발생하며 물 200만리터가 필요하다. 니켈이 매장된 곳의 40%는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지역이며, 35%는 물 공급량에 비해 수요량이 높다. 더불어 히토류 생산 1톤당 폐수 75㎥, 폐가스 1만㎥, 방사성 잔여물 1톤이 함께 발생한다. 전 세계 구리의 15%는 온실가스 배출이 높고 분쟁이 발생하기 쉬운 콩고 같은 국가에서 나온다.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 (사진 Coordenação-Geral de Obs)/뉴스펭귄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 (사진 Coordenação-Geral de Obs)/뉴스펭귄

보고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필요성과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할 필요성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가 딜레마"라며 "광물 채굴은 거대한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물을 오염시킨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의 저자 루크 플레처(Luke Fletcher)는 "에너지전환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광물이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수십개의 새로운 광산 개발을 승인하는 정책은 호주에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기후위기는 곧 생물다양성의 위기이므로 자연을 파괴하면서 광물을 과하게 생산하는 행위는 지구에 또 다른 피해를 준다"고 경고했다.

이어 "광물을 땅에서 추출하는 방법 외에 책임 있는 기술로 광물을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그 대안으로 금속 재활용을 제시한다.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금속으로 새로운 배터리를 만들면 그만큼 채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동차 의존 자체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개선 정책을 제안했다.

금속 재활용 비율을 높여 채굴량을 줄이고, 차를 적게 타도록 권장하는 등의 제안은 파이의 재료만 석탄에서 광물로 바꾸는 게 아니라 파이의 크기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금속 재활용 비율은 어떨까? 국가통합자원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니켈과 코발트의 자원순환율은 각각 22%, 33%였다. 2019년 리튬의 자원순환율은 2%에 불과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막 전기차를 보급하기 시작해서 아직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리튬의 자원순환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했다.

호주의 우라늄 광산. (사진 Andrew Picone - Australian Conservation Foundation)/뉴스펭귄
호주의 우라늄 광산. (사진 Andrew Picone - Australian Conservation Foundatio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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