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다. 작년까지 예정돼 있던 유류세 인하는 올해도 연장해서 계속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 폭이 줄어들자 기름값은 다시 상승세를 찍고 있다.

세금을 깎아줬더니, 정유사는 성과급을 기본급의 1000%로 책정해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란도 거세게 일었다. 그런데다가 정부가 정유 원가를 공개해 가격 하락을 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유업계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일선 주유소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고 실제로 세금을 깎아준 만큼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 정유사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에 따라 유류세 인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유류세 인하 주장은 기름값이 올라도, 내려도 반드시 등장한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실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기름값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유류세 탓이라며 세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유류세는 유류 관련 세금으로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자동차세(주행분), 교육세로 구성되어 있고, 부가가치세 10%와 수입 물품에 부과되는 관세(원유수입가의 3~5%)가 추가로 부과되며, 그 외에 석유수입부담금, 판매부담금 등이 추가로 부과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행했고, 그 결과 전년보다 5조3000억원의 세수감이 발생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23년 월간 재정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교통세는 10조3000억원이 걷혔다.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는 `21년 11월12일~4월30일까지 20%, 5월1일~6월30일까지 30%, 7월1일~12월31일까지 37%의 유류세를 감면했다.

우리나라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휘발유 475원/ℓ, 경유 340원/ℓ로 명목세율을 정하고 있다. 산유국인 미국은 휘발유 18센트/gallon, 경유 24센트/gallon의 유류세(Gas tax)를 부과 중이다. 국내의 경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지만, 미국과 단순 비교해본다면 17일 현재 달러당 1238.5원을 기준으로 18센트는 222.93원이므로 한국에서 유류세로 1800원을 내야 할 때, 미국에서는 223원가량을 낸다는 셈이다.

한편, OECD가 발표한 지난 `17년 말 기준 주요 36개국 휘발유 가격 비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6개국 중 10위, 1인당 GDP를 고려한 실질 가격은 14위를 기록했다.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의 경우 세금 비율이 낮은 특징을 보였다.

유류세 인하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유류세 인하분이 유통과정에서의 중간이윤으로 흡수되는 경우에는 실제 소비자 판매 가격의 인하 효과는 반감되는 한편, 세수가 줄어들어 국가 재정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으며, 유류 소비의 증가로 환경오염‧교통혼잡 등의 외부불경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은 국민 입장에서는 유류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세수 감소로 다른 복지정책이 축소되는 불이익도 지적되고 있다. 이렇듯 유류세 인하의 혜택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고르게 돌아갈 수 없다면 취약계층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OECD 등에서는 유류세 인하가 오히려 유류 소비를 부추기고 탄소중립과도 역행한다고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류세를 인하하면, 그만큼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활동이 좋아지면 다른 세금이 더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 유류세 인하의 가장 큰 효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기업의 생산 원가를 절감시키는 효과도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유류세 인하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정유 원가 공개 없이 유류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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