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사진=현대중공업)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사진=현대중공업)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현대중공업그룹이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주력 계열사들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관련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1위의 조선 사업을 구심축으로 건설기계, 에너지 등에서 수소밸류체인 구축 등 신사업 강화 등을 통해 조선업계를 넘어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상장 작업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14일 복수의 조선업계와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이 이달 중순 현대중공업 상장을 기점으로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계열사의 IPO(기업공개) 및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내년이 현대중공업그룹이 창사 50주년을 맞는 내년 초부터, 이미 상장을 선언한 현대오일뱅크 등에 대한 상장 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를 위한 선결 과제인 두산인프라코어(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대우조선해양 합병 작업이 최근 마무리 단계이거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도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상장 작업에 훈풍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시장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선박 수주 시장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보다 2포인트 상승한 145.8포인트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고부가가치선인 LNG선(174천m³)은 1억9,800만 달러로 2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진전에 따라 경기부양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물동량이 늘어나고, EU(유럽연합) 등의 온실가스 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고부가가치선인 친환경 선박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등 주 수요처인 해운업황의 장기 호황세도 현대중공업그룹에게는 호재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통한 글로벌 1위 수성을 위한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발표하는 등 안팎에서 현대중공업에게는 호의적인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물이 들어오자 선봉에서 노를 젓기 시작한 곳은 역시 그룹의 모태이자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17일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최대 1조 800억 원의 IPO 조달 자금 중 7,600억원을 차세대 선박 및 친환경 기술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며, 현재 1위인 가스추진선은 물론 차세대 선박인 암모니아 추진선과 수소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상장 바톤'을 이어받을 다음 주자로 현대오일뱅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미 사장을 추진했던 전력이 있는데다 그룹 내에서 수소 사업의 핵심 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상장 가능성이 어느 계열사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정유화학업계에서 수소사업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국제유가, 석유제품 수요 등 고려할 때 일정 수준의 이익창출 가능할 것이라는 시장의 긍정적인 전망도 따라붙고 있다.

그다음으로 현대로보틱스가 상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보틱스는 이미 지난해, 2022년 이후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고 언급을 한 바 있다. 특히 얼마 전 CEO로 기용된 강철호 대표이사가 과거 현대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를 진두지휘했다는 점도 상장에 힘이 실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여기에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건설기계 등도 향후 '상장 열차'에 탑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한신평) 선임애널리스트는 그룹분석을 통해 "2022년 이후에도 현대삼호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계열사들이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다만, M&A로 인해 재무부담이 발생하는 가운데, 수소, 인공지능 등 신사업투자 확대와 더불어 주주환원책 등에 따른 자금소요 증가는 신용도상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