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효과 산업용 경유·항공유 등 상승 이끌어 손익분기점 돌파
당분간 수요증가 계속…하반기엔 정유부문서 실적상승 이끌듯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배럴당 5달러를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배럴당 5달러를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배럴당 5달러를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배럴당 1~3달러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던 정제마진은 산업용으로 쓰이는 경유와 항공유 등이 상승을 주도하며 최근 한 달 만에 70% 가까이 급등했다. 그동안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 이익으로 버텨왔던 국내 ‘빅4’(SK에너지·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정유업체는 정제마진 상승으로 올 하반기에는 정유 부문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5.2달러까지 올랐다. 전주 대비 3.8달러(37%)가량 상승한 것이다. 한 달 전(3달러)과 비교하면 68.8% 급등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이다. 

아시아 지역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정제마진을 대표적인 수익지표로 활용한다. 통상 아시아 정유사들은 배럴당 4달러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국내 정유사들은 설비 고도화율을 높여 손익분기점을 꽤 낮췄다.

통상 정제마진은 국제유가에 연동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7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어도 정제마진은 1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유가는 올라도 석유제품 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지표는 악화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 효과에 따른 각국의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산업용 경유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인도의 경유 수요가 빠르게 상승했다. 또한 항공물류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항공유 가격이 올라 정제마진 상승을 이끌었다.  

정유업계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당분간 석유제품 가격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항공유인 등유와 경유 중심으로 재고 감소가 예상돼 정제마진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5조원이 넘는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냈던 국내 빅4 정유사는 올 상반기 3조89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 이익으로 정유 부문 부진을 만회했다.

국내 정유사는 올 하반기에는 석유화학뿐 아니라 본업인 정유 부문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백신 접종 확대로 산업 부문과 항공유 수요가 회복되고, 계절적으로 난방유 수요도 기대된다. 

올 3분기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는 ‘극적 반등’에 성공했던 지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 46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5065억원)의 92% 수준이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역시 상반기와 비슷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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