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 밀린 국도변 주유소 아닌 서울 도심의 주유소들도 속속 폐업
수익성 악화된 주유소, 車환경변화 미래 불투명···“정부 대응마저 소극적”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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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주유소가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진입장벽은 높지만 확실한 수익을 담보해준 사업이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자동차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주유소는 그야말로 ‘돈 쓸어 담는’ 사업으로 각광받았다. 

그랬던 주유소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고속도로 신설로 통행량이 줄어든 국도변 주유소 사정이 아니다. 서울 도심에서도 폐업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주유소 자리에 수익성 부동산이 지어지고 있다. 주유소 숫자가 늘어나면서 과거만큼의 수익성을 누리지 못했지만, 수도권 요지의 주유소 사업성은 탄탄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주된 원인은 내연차의 종말 예고다. 환경규제 강화로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가 중단된다. 휘발유·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던 자동차의 빈자리를 전기·수소차가 메울 예정이다. 현대차·기아 등은 물론이고 글로벌 완성차업계도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수익성이 악화됨과 동시에 미래마저 불투명해지자 폐업하는 주유소가 증가하게 된 셈이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줄폐업’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3일 국회에서는 ‘에너지전환시대 석유유통산업의 과제와 전략’이란 이름의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대한석유협회·한국석유유통협회·한국주유소협회 등이 주최한 자리였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는 “2040년까지 주유소 1개소 평균 12억6500만원의 영업손실이 예견되며, 현재의 영업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1만1000여개소의 주유소 중 8529곳이 퇴출돼야 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정유사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은 직영주유소를 중심으로 주유뿐아니라 차량정비와 전기·수소 충전 등이 가능한 복합시설을 확장시키고 있다. 기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사업에도 열심히다. SK에너지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상태며, 다른 정유사들도 화학사업 비중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주유소를 수소·전기차 충전소로 개편하는 방안이 정부 주도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전기·수소차 비중을 2030년 33%, 2040년 80%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후속 이행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최근 전기차 충전소는 증가세를 띠고 있지만 수소차 충전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서울 소재 수소충전소는 4개소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서울 외곽지역에 분포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는 시대적 요구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보면 된다”면서 “어차피 전환될 전기·수소차 보급에만 정부가 목소리를 낼 게 아니라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어떻게 대응할지, 내연차에서 친환경차량으로 교체한 차주들의 편익성을 어떻게 개선할지 등에 대해 보다 실천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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