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에 정유업계 이제야 웃는다

김동훈 2021. 10. 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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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 정제마진 6.8달러..코로나 후 최고
유가 꺾이지만 않으면..정유업계 연말 '따뜻'

정유사들의 사업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활짝 웃지 못했던 정유업계에도 연말까지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국제 원유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정유업계의 안정적 실적 개선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가가 상승한 뒤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 재고평가손실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석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실질적인 수요 회복으로 바뀌어야 마진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정제마진 연중 최고…코로나 이전보다 높아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활용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번달 6.8달러(18일까지 집계 평균)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다.

팬데믹 선언 이전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19년 월간 정제마진 추이를 보면 올해 10월 6.8달러보다 높았던 달은 9월(7.7달러)과 7월(6.9달러)에 불과하다. 2018년의 경우에도 7.4달러를 기록한 2~3월을 제외하면 모두 6.8달러보다 낮았다.

연말로 갈수록 정제마진이 더욱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의 완화에 따른 석유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 나오는데, 에너지 공급 부족 문제는 지속되고 미국은 원유 생산을 줄일 전망이라서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동 수요 회복에 따른 휘발유 강세에 이어 등·경유, 발전, 난방 수요도 증가했고, 국제선 기대감이 반영되며 항공유도 강세를 보였다"면서 "코로나 완화에 따른 운송용 중심의 수요 회복과 함께 중국 규제·제한적 시설투자 등에 따른 공급 감소로 정제마진의 우상향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위기 좋지만…"실제 수요회복 필요"

이처럼 전반적 상황은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점은 향후 정유업계에 리스크(위험)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가 급상승에 대한 반발로 수요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국제유가는 10월 현재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0.53달러 수준이며, 이는 지난 1월 54.82달러와 비교하면 47%나 치솟은 것이다.

또 10월 2주차(11~15일) 현재 국내 보통 휘발유의 주간 평균값은 리터당 1687.2원에 달하고, 이는 지난해 평균 1381.4원과 비교하면 22% 비싸졌다. 급격한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소비자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수요 감소가 다시 유가를 하락 국면으로 이끌게 되면 정유업계는 재고평가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 정유사들이 미리 사둔 기름(재고)이 일정 시점이 지나 가격이 떨어지면 회계상 손실로 잡히게 된다는 얘기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코로나로 인한 유가 급락 탓에 작년 1분기 4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원유와 제품가격이 오른 것인데, 장기적으론 실제 수요가 받쳐줘야 실적이 개선·유지된다"며 "국제유가 가격이 너무 오르면 이에 대한 반발로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재고 측면에서 쌓은 이익도 사라지는 등의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변동성이 줄어들어야 정유업계의 실적도 견조해진다"고 설명했다.

지금으로서는 유가 상승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연말 아시아 국가 백신 접종도 본격화하면 원유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 14일 사우디 에너지장관이 증산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하면서 연말까지 유가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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