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눈치게임..전기요금 인상 4분기엔 어쩌나

김남준 2021. 9. 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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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한다. 최근 국제 유가 등 발전 연료비 상승을 고려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추석을 전후로 소비자 물가가 많이 오른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12일 “(전기요금에는) 국제 유가 등 연료비 상승분도 고려하지만 물가와 경제 상황 등 다른 요인들도 따져봐야 한다. 아직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오는 23일까지 4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은 다음달 1일부터 적용한다.

정부는 올해 들어 발전 연료비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 개편 이후 전기요금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지난 1분기에는 ㎾h당 전기요금을 3원 내렸다. 당시 정부는 지난해 국제 유가가 하락한 부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영업이익

지난 2분기와 3분기에는 국제 유가가 올랐다. 따라서 전기요금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를 들어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당시 정부는 국제 유가 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0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0.85달러였다. 지난해 평균 가격(42.3달러)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올랐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선물)은 지난 9일 100만BTU(영국 열량단위)당 5.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가격이 5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2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력 생산에 사용하는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넷째 주 t당 161.34달러였다. 지난해(t당 60.24달러)와 비교하면 168%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올랐다. 지난 4월 이후 5개월째 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추석 연휴가 있는 이번 달에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소비자 물가가 올해는 2.1%, 내년에는 1.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은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결산(연결재무제표 기준)에서 영업 적자(1932억원)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7648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한전은 최근 국회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제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순손실을 3조2677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이익(4조862억원)을 냈던 한전이 1년 만에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의미다. 한국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합쳐서 7575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난 1분기에 내렸던 전기요금을 적어도 예전 수준으로 정상화하지 않으면 에너지 공기업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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