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석유 수요 어디까지?"..긴장하는정유·석화업계

조인영 2021. 6. 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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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기대심리에 국제유가 70달러 돌파
경기부양책 및 백신 접종 등으로 하반기 개선 기대감
석유제품 수요 회복 부진에 따른 마진 악화 우려도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국제유가가 70달러대를 돌파하면서 정유·석화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가파른 유가 상승에 뚜렷한 수요 회복 보다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 반영된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제품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자칫 원유 구매 부담만 높아지게 되면 마진(제품-원유 가격차이)이 떨어져 수익성만 더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업계는 글로벌 기관들의 전망이 낙관적인만큼 점진적인 업황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15일 기준 배럴당 평균 72.6달러를 기록했다.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72.1달러로 올해 초 47.62달러 보다 24.5달러(51.4%) 올랐다. 두바이유는 19.3달러(36.8%) 많은 71.8달러, 브렌트유는 22.9달러(44.8%) 상승한 72.1달러다.


최근 유가는 코로나 백신 접종 비중이 각국 단위로 크게 늘어난 데다, 각종 경기부양정책 등이 가시화되면서 원유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WTI 가격은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발 맞춰 국제유가는 지난해 30~40달러대의 지지부진한 흐름을 딛고 많게는 100달러까지 수직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톨, 글렌코어, 골드만삭스 등 다국적 무역회사 및 금융기관 등은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이 기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로 바뀌면서 '100달러 유가 시대'가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네덜란드 지방법원은 글로벌 석유회사인 쉘(Shell)에 대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45% 줄일 것을 명령했다. 석유·가스 기업인 쉐브론은 상향된 배출 감축 목표를 승인하는 투표를 실시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2550억 달러를 책정했다.


기후 변화 패러다임에 발 맞추기 위해 석유·가스 회사들이 신재생 등 그린 에너지 공급망을 늘리되 기존 화석 에너지 투자는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동안 늘어난 석유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원유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반면 일각에선 계속 원유 가격이 올라간다면 OPEC(석유수출기구) 등에서 산유량을 늘려 공급을 확대하기 때문에 상승세가 무한정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다만 증산 확정과 실제 이행 이전까지는 유가 상승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유·석화업계는 이 같은 국제유가 상승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석유제품 수요 증가가 동반돼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제마진 흐름을 보면 수요 회복으로 인한 유가 상승세라고 진단하기 어렵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을 말한다.


쉽게 말해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원료비만 오르고 석유제품 수요가 그대로면 정유사들에겐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 추이(자료 : OPEC)ⓒ데일리안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초 코로나 확산 이후 4월부터 7월까지 마이너스를 지속하다 같은 해 8월에야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수요가 개선되지 못해 아직까지도 1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역마진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여전히 낮음을 보여준다.


수요가 따라주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만 상승할 경우, 유가 상승폭이 석유제품 가격 인상폭을 초과해 결과적으로 정유사들의 마진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마진이 높은 항공유 수요가 저조해 정제마진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유 마진은 코로나 이전 한 때 15달러를 넘어섰으나 현재는 5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확산으로 국가간 이동이 막혀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미국 공항 이용객 수는 2019년 월 평균 7021만명에서지난해 2681만명으로 급감한 뒤올해월 평균 3556만명으로 올라섰지만 아직까지 2019년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편으론, 정유사들에게 재고평가이익(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갖는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매입한 후 정제 과정을 거쳐 통상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상대적으로 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올라 이익을 본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원유 평균 가격이 오른 만큼 정유사들은 이익을 볼 전망이다.


다만 재고평가이익은 일회성 이슈이기 때문에, 수익 개선에 한계가 있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BEP 수준으로 올라야 안정적인 회복 기조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


아직까지는 수요 회복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주요 에너지 기관들이 회복 전망을 내놨다는데 희망을 걸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6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9658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9063만배럴 보다 6.6% 늘어난 수치다.


OPEC은 올해 들어 석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봉쇄조치 완화 등을 반영한 것으로, 2019년 대비 96%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돼 원유값이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제품 수요가 함께 회복돼야만 정유사들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확인되는 시점까지 좀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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