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국내 휘발유값 리터당 2000원 '오일쇼크 공포' 또 오나

박정철 2019. 9. 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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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친이란계 군사세력인 예맨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석유수출기구(OPEC)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핵심 원유시설 2곳을 드론으로 공격한 사건은 국제 원유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원유시설 잠정 가동 중단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랑 절반(하루 평균 570만배럴)이 생산차질을 빚게 되면서 국제 유가 급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공격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5% 정도로, 인도 소비량(하루 478만 배럴)과 아프리카 전체 소비량(하루 438만 배럴)을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다.

과거 생산차질이 전 세계 생산 대비 5%를 넘어선 경우는 2002년11월 베네수엘라 총파업 때 뿐이다. 당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4개월간 50% 상승했다.

미국 CNBC는 석유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전 거래일 대비) 10~15달러 가량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오늘 국제 유가는 개장과 함께 19% 이상 급등했다.

16일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치솟았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5% 상승한 67.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일각에선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전격 승인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근거로, 나는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며 "필요한 경우 시장에 잘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으로 결정될 것"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우디는 하루평균 7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중 3분의1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어 아시아 지역의 공급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이번 공격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에도 이란의 지지를 받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추가적인 공격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의 경우 31.1%가 사우디산이었다. 국제 유가가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초부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국내 휘발유값도 7년 만에 리터당 2000원 시대를 다시 돌파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에 드리워진 상황에서 유가마저 급등하면 우리 기업과 소비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더구나 유류세 환원 조치로 휘발유값이 리터당 1600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원유수급 불안으로 기름값이 또다시 오르면, 평소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마음껏 못 마시면서 휘발유가 싼 주유소를 이리저리 찾아 다니는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서민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앞서 지난 2012년에도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과 핵무기 개발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국내 유가와 밀접한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내 휘발유 값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한 바 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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