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사 잘한 정유업계, 1Q 실적은 악화… 2Q도 '우울'

정유업계가 올해 1·2분기 실적 악화를 겪을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소재 주유소. /사진=뉴스1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악화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 평가손실 발생 가능성이 큰 영향이다. 정유사 실적을 가르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도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어 2분기 실적도 장담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SK에너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 18조1732억원, 영업이익 2941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8% 증가, 영업이익은 82.2% 급감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적자 지속과 함께 SK에너지 수익성 감소 영향이라는 평가다.

S-OIL도 상황이 비슷하다. 올해 1분기 매출 9조4840억원, 영업이익 58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2.1% 늘고 영업이익은 55.9%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컨센서스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 배경에는 올해 1분기 나타난 국제 유가 하락이 꼽힌다. 과거 구입한 원유 가치가 떨어지면서 회계상 손실로 기록되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자료를 보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분기 배럴당 평균 80.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평균 가격은 배럴당 94.1달러다. 원유 가치가 13.8달러 떨어졌다. 2022년 1분기에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96.2달러로 집계, 2021년 하반기(배럴당 74.5달러)보다 가치가 20달러 이상 상승한 바 있다.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는 한동안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2분기 들어 정유사 실적을 가르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수치를 의미한다. 직접 원유를 시추하지 못하는 국내 정유사 특성상 정제마진이 하락하면 실적도 덩달아 악화한다.

정제마진은 4월 첫째 주와 둘째 주 각각 배럴당 5.3달러, 3.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배럴당 17.4달러, 18.2달러였다. 1년 만에 8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공급 이슈에 따른 유가 상승 폭을 제품가격이 흡수하지 못한 탓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제가 악화하면서 석유제품 소비가 줄었다"며 "정제마진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늘어야 하는데 아직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