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휘발유 가격 다시 꿈틀, ‘난방비 폭탄’ 이어 가계 부담 가중
러 제재로 서민 연료 경유도 불안
가스요금도 추가 인상 불가피
지난해 ℓ당 2000원을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하다 안정세를 찾은 휘발유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같은 글로벌 수요 증가가 연초부터 국제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초 가스요금 상승에 따른 ‘난방비 폭탄’에 이어 유가마저 들썩이면서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2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26원으로 최저가를 찍은 휘발유 가격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이날 1572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이 줄어든 게 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37%에서 25%로 축소하면서 세금이 ℓ당 516원에서 615원으로 99원 올랐다.
문제는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점이다. 이날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해 말에 비해 9% 이상 증가했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으로, 원유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다.
유가 상승 요인으로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가 첫손으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중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경우 원유 수요가 하루 100만~200만배럴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난해 가파르게 치솟던 기름값 안정화를 위해 미국이 대거 방출한 전략비축유(SPR)가 올해에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원유 비축량이 1984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에너지 안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SPR 재비축이 본격화될 경우 불안한 원유 수급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안정세를 찾은 경유 가격이 꿈틀거릴 수도 있다. 유럽연합(EU)은 다음달 5일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디젤·중유 등에 대한 수입금지를 단행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산 경유가 들어오지 못하면) 유럽의 디젤 수입선이 원양 유조선을 통해 더 먼 거리를 운항하게 될 것”이라며 “용량이 제한되고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저렴해 자영업, 운수업, 농업 등에 널리 쓰이는 ‘서민 연료’여서 가격 상승 시 저소득층에 끼치는 영향이 휘발유보다 크다.
설상가상으로 가스요금 추가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겨울철 가스요금 급등으로 인한 난방비 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9조원의 미수금이 쌓인 한국가스공사가 이를 올해 안에 해소하려면 지금보다 가스요금을 3배 올려야 한다. 미수금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단가보다 판매단가(요금)가 낮아서 발생한 손실이다.
가스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쌓인 민수용 도시가스 원료비 미수금을 올해 전액 회수하기 위해서는 오는 4월부터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39원을 인상해야 한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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