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금리인상 시계] 국제유가 가파른 상승.. 배럴당 100달러 시대오나

박정일 입력 2021. 6. 17. 19:48 수정 2021. 6. 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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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6주 연속 상승한 지난 13일 서울에 있는 한 주유소 앞에 유가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국제유가가 980일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업계에서는 원유 가격이 2014년 이후 7년 만에 배럴 당 100달러 시대로 다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7월물 선물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 16일 배럴 당 72.15달러로, 지난 2018년 10월 10일(73.17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두바이유(현물)와 브랜트유(8월물 선물) 가격은 배럴 당 72.78달러와 74.39달러를 각각 찍었다. 각각 2019년 4월 26일(73.15달러), 같은 해 4월 24일(74.57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숫자다.

국제유가는 2008년 배럴 당 100달러 대에 진입한 뒤 2014년 중반까지 100달러 선을 오가며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2014년 9월 두 자릿수로 내려간 뒤 20달러 대에서 80달러 대까지 등락을 반복했다.

코로나19 1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하던 2020년 4월에는 국제유가가 10달러 선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찍었다.이후 꾸준히 반등세를 이어가며 이번달 초부터 70달러 선을 돌파했다.

유가반등은 어느정도 예측했던 사안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북미 등 백신 보급률이 높은 국가에서의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 진입, 미국·유럽·중국 등의 경기회복 조짐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문제는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이다. 주요 국가들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휘발유 등 석유연료는 물론 나프타와 같은 제조원료 가격도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95RON) 값은 작년 4월 22일 배럴 당 16.09달러에서 1년 여 만인 지난 16일 80.68달러를 기록하는 등 5배 이상 치솟았고, 나프타 가격 역시 마찬가지로 1년 여 동안 13달러에서 70달러로 상승했다.

정유사가 원유를 매입해 정제 과정을 거쳐 석유제품으로 만들기까지 대략 3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국제유가에 극적 반전이 이뤄지더라도 석유제품에 곧바로 반영되기는 어렵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감산 완화 방침을 재확인하며 점진적인 산유량 증가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통상 국제유가가 70달러를 넘어서면 북미 셰일가스 업체들이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면서 유가 상승이 둔화하는데, 북미 셰일가스가 연초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음에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탄소 중립' 강화로 석유 시설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비톨,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골드만삭스 등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들은 그린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수요가 석유로 쏠리면서 배럴 당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제조업계에서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제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경우 모처럼 살아나는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며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분명 비정상적인 측면이 있고, 일부 석유제품에 대한 사재기가 유가 상승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며 "여기에 희토류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미중 무역전쟁과 자국 우선주의 확산 등까지 이어질 경우 모처럼 나아지는 경기 회복세에 찬물이 끼얹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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