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2050년 탄소중립 맞춰 수소정책 발표
수소에너지, 저탄소 장점...아직 경제성 낮아
'수소차, 인프라 동반되면 수요 폭증' 전망도

코로나19가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기업에게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의 일체화와 실행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국내 산업계의 현황과 미래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1. CSR에서 ESG까지 국내 기업의 대응전략
2.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기업의 노력
   ①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전환

   ② 탄소저감 앞장서는 반도체업계 
   ③ K조선, 친환경 기술로 '쾌속질주'
   ④ 자동차, 전동화는 선택 아닌 필수
3. 주요 마케팅 대상의 변화
   ① '현재이자 미래' MZ세대를 잡아라
   ② 틱톡 성공으로 풀어본 MZ세대 마케팅
4. 새로운 접근, AI 그리고 메타버스 


고순도수소 정제 설비. [사진=현대오일뱅크]
고순도수소 정제 설비. [사진=현대오일뱅크]

[굿모닝경제=이세영 기자] 환경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주요국들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탄소 배출 규제 등 국가 차원의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국내외 산업계는 수소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가치는 물론 탄소저감 능력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보고서 등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시장은 오는 2050년까지 12조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가 되면 전 세계 최종 에너지의 18%를 담당하며 3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수소 수요 또한 기존 산업용 연료 위주에서 수송과 전력 부문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2050년에는 2020년 대비 약 5.8배 규모로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자료=한국무역협회]
한국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자료=한국무역협회]

수소는 원소기호 1로 ‘H’로 표시되는 원소다. 흔히 우주 물질의 70%가 수소라고 할 만큼 흔하다. 다만,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키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일단 수소는 생산이나 저장, 운송이 용이하지 않다. 화학연료 대비 경제성을 갖기 위한 생산, 저장 및 운송 방법이 마련돼야만 수소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소경제가 화두로 떠오른 또 다른 이유는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 규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국이 참석해 채택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올해부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토록 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를 각각 감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올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새로운 목표를 발표한다.

◇ 주요국, 수소정책 속속 발표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한다는 전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주요국들은 자국의 실정에 맞는 수소 정책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고, 지난해 2월 ‘수소경제 육성과 수소 안전관리법’을 통해 법적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수소경제위원회’ 출범을 통해 수소경제 정책을 수립·추진 중이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에선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2040년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620만대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또한 2040년까지 발전용 15GW 수소연료전지와 가정·건물용 수소연료전지 2.1GW를 보급하며 연간 수소 공급량 526만톤, ㎏당 3000원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연료를 태워서 발전기를 돌리는 기존 발전시설과 달리 연료 화학반응에서 전기를 얻는 일종의 발전기로 수소경제의 핵심으로 꼽힌다.

아울러 수소법(약칭)을 세계 최초로 제정해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수소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소경제위원회 등 수소경제 이행 촉진을 위한 추진체계를 마련했다. 수소전문기업을 육성·지원하고 인력양성·표준화 사업을 지원하며 산업진흥·유통 등 수소경제 기반 조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수소경제위원회에선 수소 소재·부품·장비 프로젝트, 공공 조달 확대, 수소경제펀드(340억원) 등을 통해 2040년까지 1000개의 수소전문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2030년까지 수소차 85만대, 수소충전소 660기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국가별 진행 중인 수소 프로젝트 및 향후 계획. [자료=Hydrogen Roadmap Korea, 러시아 연방 분석센터, SK증권]
주요 국가별 진행 중인 수소 프로젝트 및 향후 계획. [자료=Hydrogen Roadmap Korea, 러시아 연방 분석센터, SK증권]

유럽연합(EU)은 기후 중립 강화를 위해 미래 에너지 시스템과 클린 수소 계획을 수립해 일부 EU 국가가 추진하던 수소 전략을 EU 차원으로 확대했다.

EU는 지난해 20억유로 규모인 수소경제를 2030년까지 1400억유로(190조원)의 시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2024년까지 6GW 수전해수소 설비, 2030년까지 40GW 수전해수소 설비를 구축하고, 2050년까지 산업 전반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EU는 2050년까지 수소의 생산과 공급을 위한 총 투자 금액이 최소 1800억유로에서 최대 4700억유로(64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독일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 실현을 위해 수소의 생산과 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전략추진 기구 설립과 기술적인 지원을 담은 수소전략을 지난해 6월 발표했다. 2030년까지 최대 5GW의 수소 생산설비 설치를 추진하고, 2040년까지 5GW 수소 생산설비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EU의 수소 생산능력(왼쪽)과 분야별 투자 규모. [자료=EU집행위]
EU의 수소 생산능력(왼쪽)과 분야별 투자 규모. [자료=EU집행위]

◇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대응하는 기업들

기업들도 수소 정책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사업을 펼치면서 필요 시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차그룹, SK,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그룹, S-OIL(에쓰오일), 효성 등 재계 주요 기업들이 대거 수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연간 수소전기차 50만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70만기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지주사인 SK㈜를 중심으로 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했다. 2023년 부생수소 3만톤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는 친환경 청정 수소 25만톤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기존 정유 시설과 주유소 인프라 등을 적극 활용해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국내 유일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효성그룹은 액화수소에 집중한다. 2023년까지 글로벌 기업 린데와 함께 울산 남구 용연 국가산업단지에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짓고, 전국 30여곳에 대형 액화수소 충전소를 확보할 예정이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극저온 상태(-253도)로 냉각해 액화된 수소로, 고압의 기체수소와 비교해 안전성과 경제성 면에서 강점이 있다.

효성 관계자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에너지혁명의 근간이 바로 수소다”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수소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수소 생태계 강화를 위해 기업 간 협업도 펼친다. 현대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효성그룹은 이달 수소기업협의체를 출범했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는 올해 말까지 수소 사업 합작법인(JV)을 설립할 계획이며,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손잡고 수소 생태계를 조성한다.

국내 대기업 수소산업 진출 현황 및 계획. [자료=각 사, SK증권]
국내 대기업 수소산업 진출 현황 및 계획. [자료=각 사, SK증권]

◇ 수소산업 대비 '차근차근'

각국은 수소차와 연료전지, 수소충전소 등 분야별로 수소산업의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수소차와 관련해선 우리나라는 20여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2013년 글로벌 최초의 ‘양산’ 수소차 ‘투싼ix’를 출시한 바 있고, 현재는 2018년 3월 판매를 실시한 현대차의 ‘넥쏘’를 주력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글로벌 친환경차의 주류가 전기차로 가고 있는 만큼, 수소차는 아직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인프라 및 수요로 볼때 극초반의 시장이기 때문에 구체적 전망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수소를 생산·저장·운송하는 인프라가 확산되면 수소차의 수요는 오히려 전기차보다 급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는 아직 전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다. 2017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내 국내 연료전지 규모는 발전량 기준 3.2%(1469GWh), 보급용량 기준 1.6%(251㎿)에 불과하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발전용 연료전지와 관련해 국내 보급(누적) 2022년 1GW에서 2040년 8GW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정책을 펼치고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비율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수소경제사회 구축과 관련해 산업 육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수소경제법 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것이 지난해 1월 통과되면서 연료전지 발전사업의 추가적인 경제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소충전소는 관련 정책으로 증가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수소충전소 구축 계획은 2022년 310개에서 2040년에는 1200개까지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수소충전소 경제성 확보 시까지 설치보조금과 운영보조금을 지원해 충전소의 자립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민간 주도 충전소 확대를 위해 SPC 참여 확대 및 기존 액화석유가스(LPG),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수소 충전이 가능한 융복합충전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것이 수소충전소를 확대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거론된다.

일본은 수소충전소 증가를 위해 에너지 회사, 자동차 회사, 플랜트 엔지니어링 회사로 구성된 ‘Hysut’를 설립해 공동으로 활동하고 있다. Hysut는 40개 이상의 회사와 공공단체가 만든 수소 법인이다.

유럽의 경우 수소충전소 설치에는 독일이 가장 적극적이다. 독일은 2019년 기준 60개의 공용 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H2모빌리티를 구성해 수소충전소를 보급하고 있으며, 유럽 전체를 연결하는 수소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수소경제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충전소 인프라가 차량 보급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수소충전소 설치와 운영에 정부 보조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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