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수소차 투트랙 전략 통했다

박영국 2021. 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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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뒤늦게 수소차 시장 진출 러시
현대차는 승용 수소차 넥쏘, 상용 수소차 엑시언트로 양산 경험 풍부
전기차 사업도 전용 플랫폼 E-GMP 공개..올해 전기차 도약 원년
2020년 7월 '2020 수소모빌리티+쇼' 현대차 부스에 전시된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배터리 기반의 순수 전기차(BEV)와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수소전기차(FCEV)를 동시에 육성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투트랙’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한때 수소차 사업을 접고 전기차에 집중해야 한다는 외부 시각도 있었으나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뒤늦게 수소차 사업에 뛰어들며 현대차그룹의 선견지명이 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기반 전기모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출력을 필요로 하는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 위주로 수소차 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EU 각국의 강력한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유럽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로 서둘러 수소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르노그룹은 최근 세계 최대 수소연료전지 업체 중 하나인 플러그파워와 수소차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프랑스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최첨단 수소차 생산라인을 구축해 유럽 내 연료전지 기반 중소형 상용차 시장을 30% 이상 점유한다는 게 르노그룹의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5~6t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기반 밴의 생산을 시작해 10년 내에 연간 생산 규모를 수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SK(주)가 투자한 미국 수소에너지기업 플러그파워의 탱크로리. ⓒSK(주)

플러그파워는 국내 대기업 SK가 최대 주주인 회사이기도 하다. SK그룹 지주사 SK(주)와 SK E&S는 연초 총 1조6000억원(15억달러)을 투자해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했고, 르노와의 협력이 성사되며 SK가 보유한 플러그파워 지분 가치는 두 배 이상 치솟아 2조원 가량의 차익을 실현했다.


업계에서는 르노가 플러그파워와 함께 수소 상용차 시장에 진입한 뒤 개인용 차량인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으로 수소차 라인업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는 지난해 6월 상용차 강자인 스웨덴 볼보트럭과 수소전기트럭의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출범했다.


양사는 2023년 시범 운행과 2025년 판매를 목표로 첫 수소전기트럭 콘셉트카인 '젠H2'(GenH2)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임러-볼보의 '젠H2' 트럭. ⓒ다임러

일본 토요타도 유럽 수소버스 시장을 겨냥해 지난달 포르투갈 버스 제조업체 카에타노 버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와 함께 유럽에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신설 법인 ‘퓨얼 셀 비즈니스 그룹’을 신설해 수소차 판매 뿐 아니라 각국 정부·기관과 협업할 계획이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서는 상용차 자회사인 히노를 통해 미국 상용차 업체인 켄워스와 협력해 수소전기트럭을 개발 중이다.


토요타는 승용 수소차 분야에서 현대차의 유일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지난달 세단형 수소차 ‘미라이(MIRAI)’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기존 모델보다 10배로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한때 수소차업체 니콜라와 지분인수 등 2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 합의하며 수소차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 니콜라의 사기 논란으로 지분 인수를 철회한 이후 소강 상태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북미 대륙 트럭킹 시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XCIENT Fuel Cell)’ 10대가 2020년 7월 6일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스위스로 향하는 '글로비스 슈페리어'호에 선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처럼 수소차가 각광받으면서 그동안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선두주자들을 따라 잡으면서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두 분야를 공동 육성해 온 현대차그룹의 투트랙 전략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개발에 집중하느라 전기차 개발 여력이 축소돼 결국 친환경차 시장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결국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승용 수소차 ‘넥쏘’를 통해 전세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상용 수소차 분야에서도 남들보다 앞선 행보를 보여 왔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세계 최초로 ‘투싼ix’의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2018년에는 ‘5분 충전으로 590km 주행’ 성능을 갖춘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했으며, 이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스위스에 1600대 규모의 대형 수소트럭을 공급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를 수출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엑시언트 수소트럭을 유럽에 2만5000대, 미국에 1만2000대, 중국에 2만7000대 수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가 2020년 9월 27일 울산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행 선박에 선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국내에서는 서울과 울산 등 주요 도시에 수소버스를 투입해 시범 운행하고 있으며, 오는 2028년까지 경찰버스 802대 모두를 수소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오는 7월에는 국내 사양으로 개발한 수소전기트럭을 CJ대한통운과 쿠팡, 현대글로비스와 협업해 물류 사업에 시범 투입할 예정이다.


외부로부터 수소연료전지를 공급받아 수소차 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해외 경쟁사들과 달리 현대차는 이미 자체 생산한 수소연료전지를 양산차에 적용해 오랜 기간 판매한 경험이 있는 만큼 앞으로 수소차 시장에서도 월등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의 파워트레인을 양산차에 적용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외부로부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받는다 하더라도 장기간 운행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수소차와 전기차를 공동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전기차 분야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전용 전기차 모델들을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의 경우 E-GMP를 적용한 전기차 라인업을 ‘아이오닉’이라는 별도의 브랜드로 론칭해 올 상반기 대중화 차급을 담당할 준중형 CUV ‘아이오닉5’를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강력한 주행성능을 갖춘 중형 스포츠 세단 ‘아이오닉6’를 출시하고 2024년에는 럭셔리 대형 SUV ‘아이오닉7’을 내놔 3종의 라인업을 완성한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및 파생 전기차를 포함해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모델을 선보임으로써 연 56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도 올해 1분기 크로스오버 디자인의 ‘CV’(프로젝트명)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승용부터 SUV, MPV 등 다양한 차급에 걸쳐 7개의 전용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제네시스도 전용 전기차 모델 ‘JW’(프로젝트명)를 개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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