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충전말고 교체하세요!"..중국 '니오' 전략 성공할까

안태호 입력 2022. 8. 7. 11:45 수정 2022. 8. 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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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 유럽 진출 선언
배터리 충전 대신 교환소에서 교체
중국 정부도 교체식 기술에 지원나서
국제 표준되면 국내 차·배터리 업체 타격
배터리 성능 상향돼 교체식 한계 지적도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의 ‘배터리 교환소’ 모습. 니오 누리집 갈무리

유럽 진출을 선언한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니오’의 교환식 배터리 전략이 일체형 방식을 뛰어넘어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중국 정부가 교환식 배터리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 방식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기술 표준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일체형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전기차도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면서 교환식이 대세로 자리잡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이 달 초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는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첫 공장을 헝가리 페스트에 건설한다고 밝혔다. 니오는 교환식 배터리를 채택한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다. 이 회사는 석유 기업 셸과 함께 중국과 유럽 국가에 배터리 교환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올해 5월 노르웨이에 교환소를 설치했고, 2025년까지 중국과 유럽에 교환소 4천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니오 전기차는 배터리를 충전할 필요 없이 교환소에서 교체할 수 있다. 교환소 앞에 차량을 주차한 뒤 충전 버튼을 누르면 자율주행을 통해 차량이 교환소 안으로 들어간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차량 하부를 정비할 수 있도록 위로 들어 올리듯, 교환소 기계도 차량을 살짝 들어올려 다 쓴 배터리를 빼내고 완충된 배터리를 채워 넣는다. 이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된다.

배터리 교체에 걸리는 시간은 5분 이내다. 니오 쪽은 “방전된 교체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는 데는 20~30분 정도 걸린다. 교환소 한곳에서 14개 배터리팩으로, 하루 총 312번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니오는 2018년 5월 중국에 배터리 교환소를 처음 설치한 뒤 올해 7월까지 중국에만 1천개의 교환소를 설치해 가동 중이다.

교환 방식은 다른 장점도 있다. 차량 구매 가격 하락이다. 니오의 주력 모델인 스포츠실용차(SUV) 이에스(ES)6은 차값의 약 40% 수준에 이르는 배터리 가격(약 2만달러)를 제외한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다. 100kWh 배터리는 월 224달러, 70kWh 배터리는 월 148달러에 구독할 수 있다.

차두원·이슬아 <포스트모빌리티> 참고

교환식 배터리를 채택한 중국 업체는 니오뿐만이 아니다. 배터리 교환 전문 서비스 업체인 아오둥 신에너지는 지난해 11월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 배터리 교체 합작투자사 설립에 합의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시에이티엘(CATL) 자회사 시에이이에스(CAES)도 올해 초 배터리 교체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배터리 교체 모델에 대해서는 가격 제한 없이 보조금을 주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전기차 모델은 약 200개다. 누적 판매 규모는 15만대에 이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에서 출발이 늦었던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는 기술적 우위를 점하려고 모든 방식의 기술을 개발하며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니오의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잡으면,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자체적으로 교체 배터리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교환 방식이 유럽에서 받아들여지면 전기차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교환 인프라가 이미 깔려있고, 중국이 관련 특허를 다 내놓은 상황이어서,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규격에 맞춰 생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면서 교환식이 대세를 차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철수 호남대 교수(미래자동차공학)는 “최근 배터리 충전 시간이 빨라지고 주행거리도 길어지고 있어 교환식으로 갈 필요성이 점차 적어지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 표준화를 할 수 있겠지만,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긴 어려워 보인다. 특정 회사의 자체적인 사업모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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