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슈퍼사이클' 올라탔나..친환경·전기차 덕에 10년 만에 신고가

배준희 입력 2021. 9. 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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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자재 중 하나인 알루미늄 가격이 연일 상승세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에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수요 증가 덕분으로 분석된다. 시장 한쪽에서는 알루미늄이 구조적 상승 추세를 뜻하는 '슈퍼사이클' 초입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알루미늄 가격 2600달러 돌파

▷수요·공급 구조적 변화

지난 8월 말 알루미늄 선물은 런던상품거래소(LME)에서 t당 2650달러에 거래됐다. 알루미늄 가격이 t당 2600달러 선을 넘은 것은 201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지난 2월 1일(1969달러) 바닥을 찍은 뒤 상승세가 이어졌다.

알루미늄 가격 상승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공급 측면의 일시적 요인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 심화다. 전 세계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탓에 해상 물류 현장은 인력 운용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화물 대부분을 선박이 담당하는 가운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인력 수급 차질은 주요 원자재 공급길을 꽉 틀어막았다.

최근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도 알루미늄 공급 병목 현상을 부채질했다. '자원 부국' 기니는 호주와 더불어 알루미늄 원재료인 보크사이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다. 지난 9월 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기니 특수부대 소속 군인들이 국영 텔레비전 방송에 등장해 정부를 해산하고 군부에 의한 과도정부를 세운다고 밝혔다. 기니 쿠데타 여파로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보크사이트 생산이 감소하면 알루미늄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알루미늄 가격 상승은 일회성 요인에 구조적 변화가 더해진 것으로 볼 만한 대목이 여럿 된다.

공급 측면 구조적 요인은 무엇보다 친환경 규제다. 가령,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중국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알루미늄 순수입국으로 전환된 것이 알루미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알루미늄 순수입국으로 돌아선 것은 글로벌 환경 규제 때문으로 앞으로 상당 기간 생산량을 늘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알루미늄은 보크사이트(철반석)를 정제해 얻는 알루미나의 전기분해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매우 많아 주요 원자재 생산국에서는 생산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환경 규제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자국 내 3위 알루미늄 생산지인 네이멍구에 위치한 알루미늄 생산 기업에 가동 중단 혹은 가동률 조절 명령을 내렸다.

수요 측면에서 구조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알루미늄 가격이 최소 5년간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알루미늄 수요의 상당 부분은 전기차 산업에서 나온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 장착 차량보다 70㎏ 많은 평균 250㎏의 알루미늄이 투입된다. 다수 시장조사기관은 전기차 시장 성장을 공통적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9%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알루미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골드만삭스 분석이다. 알루미늄은 풍력 터빈 타워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을 구성하는 데 두루 쓰인다.

▶알루미늄 투자 어떻게

▷알루미늄박 관련주 랠리

알루미늄 투자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주식 직접 투자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2차 전지 필수 소재인 알루미늄박 관련주가 최근 주목받는다.

2차 전지에서 충전과 방전을 하려면 전류가 움직여야 하는데 알루미늄박은 양극활물질에 전류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돕는다. 양극활물질은 2차 전지 양극에서 배터리 내 전기를 일으키는 반응을 담당한다. 알루미늄박은 2차 전지 필수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소재보다 상대적으로 적용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관련 종목 주가가 신통찮았다. 파우치형 2차 전지 기준 알루미늄박 구성비는 1.8% 수준에 그쳤다. 최근에는 알루미늄박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 달라졌다. 알루미늄 가격 상승이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적 차원이라는 진단이 속속 나온 데 이어 실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알루미늄박 관련주를 달리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분위기다.

특히 알루미늄박은 국내 업체 점유율이 높다. 현재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알루미늄박을 제조하는 업체는 전 세계 6개사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절반이 국내 업체다. 알루미늄박 공급체인을 보면 노벨리스, 조일알미늄 등의 가공업체에서 알루미늄 덩어리를 가공해 3㎜ 두께의 얇은 스트립 형태로 판매하면 DI동일, 삼아알미늄 등의 업체에서 스트립을 더 얇은 코일 형태로 가공해 배터리, 식품업체로 판매하는 구조다. 알루미늄박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수요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 이들 업체의 구조적 성장이 본격화했다는 진단이다.

다른 2차 전지 소재업체보다 저평가돼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주요 2차 전지 소재업체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웃도는 것에 비해 알루미늄박업체 PER은 평균 20배에 불과하다.

해외 주식으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알코아가 주목받는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코아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다. 골드만삭스는 알루미늄 가격 상승세로 알코아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 14%, 2023년 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루미늄 선물 ETN이나 ETF를 통한 간접 투자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대신 알루미늄 선물 ETN(H)'이, 해외 상장 상품으로는 'iPath Series B Bloomberg Aluminum Subindex Total Return ETN'이 알루미늄의 가격을 직접 추종한다. 초보 투자자라면 전반적인 산업금속을 담는 펀드인 'Invesco DB Base Metals Fund'와 글로벌 메이저 종합 광물 기업을 추종하는 'iShares MSCI Global Metals & Mining Producers ETF'를 통한 투자가 속 편한 선택지다. ETF는 주식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하며 시장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어 편리하다.

단, 원자재 투자는 집중 투자가 아니라 꼭 분산 투자 목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원자재는 가격 방향에 베팅하는 것으로, 초보 투자자가 투자 타이밍을 제대로 잡기 쉽지 않다. 게다가 원자재 선물 투자는 콘탱고(선물 고평가), 롤오버(월물 교체) 등 꼭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이 많지만 초보 투자자가 단기간에 이해하기는 힘들다. 과거 원유 선물 ETN에 초보 투자자들이 대거 달려들었다 큰 손실을 봤던 것이 단적인 예다. 대부분 원자재 펀드 변동성(표준편차)이 주식보다 높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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