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차도 유럽차도, "전기차는 이르니 하이브리드부터"

조귀동 기자 2020. 8.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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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하이브리드차를 주력 모델로 내놓으먄서 한국 수입차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일본 토요타자동차를 사는 경우에나 선택지로 고려되던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유럽산 자동차에서도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 등 미국 회사들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시동을 걸고 초반 저속 주행에서 전기배터리를 쓰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기본이고, 주행 거리 40km 안팎의 도심 주행을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준(準)전기차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이 속속 도입된다.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환경규제다. EU는 2020년부터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주행거리 1km당 95g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을 경우 1g/km당 95유로의 부담금을 자동차업체가 지도록 하고 있다. 소형 자동차라면 연비개선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지만, 고가 중대형 차량이나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의 경우 채산성 악화와 차량 원가 상승 요인이다. 이에 대응해 내연기관의 보조 동력으로 배터리를 쓰는 하이브리드차를 내놓게 된 것이다.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충전인프라 등이 갖춰지고, 배터리·인버터 등 부품 가격이 낮아진 것도 하이브리드차가 각광받는 이유다. 전기차로 전면적인 이행이 어렵고 시장 자체 크기도 제한된 상황에서, 내연기관과 배터리의 장점을 함께 살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도 시장성이 생긴 셈이다. 구동계가 복잡하고 비싸긴 하지만 연비가 좋고 도심 주행에서 편하다는 것도 SUV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쏟아지는 이유다.

미국 포드는 미국 픽업트럭의 상징 같은 존재인 F-150의 2021년형 모델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탑재키로 했다. 14세대 모델에는 34kW(47마력) 출력을 내는 전용 모터가 탑재돼 정지 상태에서 시동과 저속 주행을 돕는다. 포드가 최근 공개한 SUV 브롱코에는 PHEV 모델이 추가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일찍부터 나오고 있다.

포드는 SUV 제품군에서 PHEV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대형 SUV 익스플로러와 산하 고급차 브랜드 링컨의 준대형 SUV 에비에이터에 PHEV 모델이 최근 추가된 것이 대표적이다. 익스플로러와 에비에이터 모두 8월께 국내에 판매될 예정이다.

스웨덴 볼보는 2021년식 모델부터 모든 차종의 구동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 사용한다. 디젤차는 단종된다. 볼보는 자사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10% 개선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7g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특히 볼보는 자사 차량 생산량의 25%를 PHEV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PHEV 사용 모델은 엔진 출력이 최대 405마력으로 197~300마력인 마일드 하이브리드용 엔진보다 더 고출력이다. 중형 SUV XC60이나 준대형 SUV XC90의 주력을 PHEV 모델에 두겠다는 포석이다.

독일 BMW는 PHEV를 전기차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로 삼고 있다. 2014년 출시된 PHEV 방식의 스포츠카 i8이 대표적이다. ‘이드라이브(eDrive)’라는 브랜드 명칭으로 세단인 3시리즈, 5시리즈, 7시리즈와 준대형 SUV X5에 각각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는 방식이다. 연비보다 고성능을 앞세우는 게 BMW의 PHEV의 특징이다. BMW코리아는 "PHEV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점에서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차 라이벌인 메르세데스-벤츠도 PHEV를 환경 규제와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응하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벤츠는 PHEV에 ‘이큐파워(EQ Power)’라는 브랜드 명칭을 사용한다. 지난해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인 대형 세단 S클래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단 및 해치백인 A클래스,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와 소형 다목적차(MPV) B클래스, 그리고 SUV인 GLC와 GLE 등에 PHEV 모델이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동계가 복잡하기 떄문에 비싸고 무겁다. 배터리 탑재량이 전기차보다 작기 때문에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수십km에 불과하다. 또 향후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지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 GM과 독일 폴크스바겐이 하이브리드차를 포기하고 전기차에 전념하는 이유다. 국내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이 500만원으로 전기차의 절반 수준이고, 전기차용으로 늘어나고 있는 급속 충전기를 쓰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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