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국 전기차 1위기업 비야디 공장 가보니..

베이징=박선미 2019. 10. 18. 10: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자동차 국산화·친환경 세대교체 바람..업계 판뒤집기 자신감

[시안(중국)=아시아경제 박선미 특파원]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중국 자동차업계는 국산화와 전기차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업계의 판을 뒤집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노동·자원 집약적 전통산업에서 기술집약형 첨단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의 중심에 서 있다.

비야디 시안 공장 생산라인 모습.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공장 안에 자동차들이 로봇 조립을 위해 레일을 따라 이동되고 있다. 사진: 시안(중국)=아시아경제 박선미 특파원

◆"저품질, 가성비 잊어라"…국산화·전기차로 승부수= '신에너지 자동차 발전은 중국이 자동차 대국에서 자동차 강국으로 가는데 꼭 필요한 길.'

중국 산시성 시안의 첨단공업단지에 자리잡고 있는 비야디(BYD) 공장 담벼락에 커다랗게 붙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메시지다. 기자가 지난 14일 방문한 비야디 시안 공장은 이같은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중국 친환경차의 전진기지다.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300만㎡의 부지에 들어선 비야디 공장에서는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량 라인으로 채워져 있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 생산라인조차 언제든 신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마침 공장 건물 외부의 시험운행장에서는 이 회사의 전기차 '탕'이 빠른 속도를 내며 주행을 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차의 제로백(출발후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4.8초에 불과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제로백 4.8초인 비야디 전기차 탕 내부모습. 사진: 시안(중국)=아시아경제 박선미 특파원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인 비야디 공장에서는 거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안이 텅 빈 자동차 틀이 레일을 따라 줄맞춰 들어오면 자동화된 로봇 팔이 내부를 하나씩 채우는 형태다. 사람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거들 뿐 대부분은 자동화 공정이다. 일부 공정은 90% 이상 자동화 돼 있어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지그재그로 반복되는 레일을 따라가보니 1단계 프레스 과정만 거쳐 틀 형태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어느새 내장재 탑재와 도색까지 완전히 마친 완성차로 변신해 있었다.

더 주목되는 것은 부품 국산화율이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비롯해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의 80~90%는 중국산이다. 리우전위 비야디 시안공장 최고책임자는 "과거 중국차를 표현했던 '저품질과 가성비'는 잊으라"고 말했다. 이제 중국차의 수식어는 '국산화'와 '전기차'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테슬라는 더이상 경쟁상대라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기술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테슬라는 그저 차를 잘 팔 뿐 전기차는 비야디가 더 잘 만든다"고 단언했다. 그는 배터리를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는 테슬라와는 달리 비야디는 스스로 개발하고 공급할 만큼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야디가 미ㆍ중 무역전쟁이 두렵지 않은 것도 대부분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자동차 판매 감소세 때문에 중국 자동차업계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지만 이곳의 직원들은 '전기차 1위업체'라는 자부심과 미래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었다. 전자업체에서 비야디로 옮겨 일한지 6개월된 한 직원은 "비야디의 가장 큰 장점은 미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우리 기술로 만든 전기차가 현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야디 시안공장 직원식당 내부사진. 공장 작업자들의 평균 연령은 22세로 젊다. 직원들은 중국의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는 비야디의 밝은 전망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 시안(중국)=아시아경제 박선미 특파원

◆'일대일로'에 올라타 수출 확대 시동..글로벌화 노린다=중국 자동차 산업의 자신감은 비야디 공장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산시자동차그룹 트럭 제조공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시자동차그룹은 중대형 트럭을 주력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는 업계 '톱3' 기업이다.

공장 안에는 6분에 한대꼴로 중형 트럭 한대가 뚝딱 조립될 수 있는 상·하 이중 레일을 따라 트럭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공장 한켠에는 또 다른 생산라인이 들어설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돼 있다. 현재 산시자동차그룹은 생산능력을 더 늘리기 위해 추가 라인 증축을 준비 중이다. 가오쉬안 산시자동차그룹 부총경리는 "주력 제품인 중대형 트럭의 경우 올해 1~8월 판매량이 12만8000대로 중국 내 3위를 기록했는데, 같은기간 수출량 역시 1만770대로 업계 선두에 있다"며 " 중국 정부 주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이 많아지면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트럭 수출이 늘고 있어 추가 라인 증축을 준비 중이다. 2016년 4757대에 불과했던 산시자동차그룹의 수출량은 3년만인 2018년 1만2757대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는 2만대가 목표다"라고 말했다.

산시자동차그룹 공장 안에서 빨간색 중대형 트럭이 바퀴 조립 단계를 거치고 있다.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 돼 있는 이 공장에서는 하나의 트럭을 조립하는데 6분 정도가 소요된다. 사진: 시안(중국)=아시아경제 박선미 특파원

공장 밖에는 흔히 도로에서 볼 수 있는 파란색, 빨간색 트럭 외에도 초록색 트럭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정부가 신에너지 차량 판매를 독려하는 트렌드에 맞춰 산시자동차에서 직접 개발해 제조한 전기 중형 트럭들이다. 이 역시 국산화가 핵심이다.

가오 부총경리는 "2016년 전까지는 삼성에서 나오는 배터리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배터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부품들이 중국 제품들로만 구성돼 있다"며 "비슷한 성능에 가격도 더 저렴한데다 국산화 제품으로 일대일로를 따라 수출을 확대해나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알제리아 동서부 연결 고속도로 구축 프로젝트, 앙골라 KK주택 프로젝트, 라오스 철도구축 프로젝트 등 정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중국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을 공급하다 보니 수출 수혜가 있다"며 "산시자동차도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에만 누적 1만7000대 이상의 차량이 투입돼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변속기, 완속기 제조업체인 패스트기어 공장 내부 모습. 중형 차량 변속기 기준 연간 판매량은 13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시안(중국)=아시아경제 박선미 특파원

글로벌화를 노리고 있는 중국 자동차업계가 부품 국산화를 유도하면서 부품업계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동차 핵심 부품중 하나인 변속기 제조업체 패스트기어는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었다. 중형차 변속기 기준 연 판매량은 13년 연속 세계 1위다.

패스트기어의 옌젠보 회장은 본지와의 별도의 인터뷰에서 "패스트기어의 변속기는 아니라 미국, 유럽, 남미, 동남아 등 10여개 국가와 지역에 수출이 되고 있는데 수출 확대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있다"면서 "중국 자동차시장이 성장 감속 도전에 직면했다고는 하지만 우리기업은 올해 1~9월 변속기 판매량이 75만대를 넘어서 전년 동기대비 6.6%나 증가했을 정도로 호황이다. 현재 기업의 제품 총 생산 가치는 145억6700만위안으로 1968년 설립 이래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패스트기어 외부 전경. 사진: 시안(중국)=아시아경제 박선미 특파원

그는 "혁신이 기업발전의 최대 동력이라는 원칙 아래 수십억위안의 현금을 국가급 기업기술센터 설립에 투자했고, 그 결과 현재 회사가 가진 기술특허는 천여개가 넘으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신에너지 차량용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산시성 자동차산업 지원정책. 표: 코트라 시안무역관.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