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대륙의 '녹색 패권'.. 세계 태양광·풍력시장, 이미 中이 장악

오로라 기자 입력 2021. 7. 8. 03:04 수정 2021. 7. 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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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제로 30년 전쟁] [8] 붉은 대륙의 '녹색 패권'
노동자들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하미시의 태양광발전소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신장의 위구르족을 강제 노동에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 소재의 수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AP연합

‘북아프리카의 진주’로 불리는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 500여㎞ 떨어진 사하라 사막에는 태양열 발전소 ‘누르(Noor) 3’가 가동 중이다. 250m 높이의 중앙 발전탑을 ‘헬리오스탯(Heliostat)’으로 불리는 7400장의 태양광 반사 거울이 둘러싼 모습이 마치 거대한 해바라기를 연상케 한다. 이 발전소의 용량은 연간 500GWh(기가와트시). 발전한 전기의 20%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 수출한다. 석유·가스가 없어 에너지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던 ‘자원 빈국(貧國)’ 모로코를 에너지 수출국으로 바꾼 것은 중국 태양광 국영기업 산둥전력건설제3공정공사(SEPCO III)이다. SEPCO III는 2017년 누르 프로젝트를 수주해 북아프리카와 유럽을 아우르는 ‘메이드 바이 차이나’ 신재생 에너지 전력망을 구축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누르 프로젝트를 중동·아프리카 일대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우수 사례로 꼽았다.

중국이 탄소 중립 시대의 글로벌 맹주를 꿈꾸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서는 ‘카피캣’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였다. 하지만 탄소 중립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계기로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발전과 설비·소재에서 세계 1위다. 글로벌 태양광 패널 업체 상위 10위 중 8곳이 중국 기업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된 풍력 발전 설비도 56%가 중국산이다. 국내에 설치되고 있는 태양광 패널도 80% 이상이 중국산이다. 자국 내 태양광 보급뿐 아니라 소재에서 부품 기술과 인프라 구축까지 강력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가고 있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글로벌 탄소 중립 움직임이 거세질수록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도 미국, 유럽, 일본 등과 연계해 신기술 개발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망 내재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中, 세계 태양광시장 75% 풍력 56% 차지… 원전도 13기 건설중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에 있는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공장은 올 1월부터 공장 전체를 풍력·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만으로 운영한다. 화력발전으로 공급받던 일반 산업용 전력을 쓰지 않으면서 감축하는 탄소가 연간 10만t에 이른다. LG화학이 이 공장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한 것은 현지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룬펑(潤風)신에너지’에서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기업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받으면 전력망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며 “기존의 산업용 전력을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용이 5% 정도 줄었다”고 했다.

중국이 대규모 장려금 지급과 태양광·풍력 기업의 공격적인 육성을 앞세워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희토류 등 신재생에너지의 핵심 소재와 부품에서 쌓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공사도 싹쓸이 수주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수주 사업 매출 상위 20위 업체 중 3개가 신재생에너지 기업이었고, 이들이 수주한 계약 규모만 48조원에 이른다.

◇국가 주도의 재생에너지 굴기

2019년 기준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태양 전지 시장점유율은 78%, 태양광 패널의 점유율은 72%에 이른다. 전 세계 태양광 산업의 4분의 3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대표 기업인 롱지솔라는 지난해 기준 태양 전지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전 세계 시장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에만 매출 159억위안(약 2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5% 성장했다. 2위인 진코솔라는 생산량의 82%를 북미와 유럽 등에 수출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S&P글로벌은 “중국의 공급망 밖에서 태양광을 확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글로벌 태양광 기업 순위 10위 안에 비(非)중국 기업은 한국의 한화큐셀(6위)과 미국 퍼스트솔라(9위)뿐이다.

풍력도 중국이 최강국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설치된 풍력 발전 설비의 56%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중국의 국영 풍력발전 업체 골드윈드는 풍력발전의 원조인 덴마크 베스타스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2위(13.5%)에 올랐다. 올해는 미국 GE(14%)를 넘어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에서는 다른 국가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력도 주요 전력원이다. 3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지난 5월 말 완공한 바이허탄댐은 연간 1968만t의 석탄 사용을 대체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은 원자력발전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기의 신규 원전을 완공하는 등 49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13기가 건설 중이다. 이들 원전이 모두 완공되면 프랑스(56기)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자력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한국도 자체 공급망 구축해야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원자재 시장도 독점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66%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지난해 중국 신장의 폴리실리콘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당 6달러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해 2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중국이 원자재부터 발전소 가동에 이르는 전 주기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거머쥔 반면,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만 치중하면서 소재와 부품의 산업 경쟁력은 크게 뒤처져 있다.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던 OCI와 한화솔루션은 국내 사업을 접었고, 현대중공업도 풍력 발전에서 철수하면서 한국은 태양광 일부를 제외한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는 처지이다. 조대곤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만 급급하기보다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지원으로 경쟁력 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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