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뜨는 해상풍력 기술 전쟁

이현경 기자 2021. 6. 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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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일본 등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단지 속속 추진
미래 해상풍력 기술의 대세로 꼽히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 부유체 높이와 계류 방식에 따라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A) 제공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주 앞바다에 4.6기가와트(GW)의 발전 능력을 갖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16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미국 정부가 서부에 해상풍력 단지를 짓는 건설 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 들어설 시설은 배처럼 바다에 띄운 부유물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부유식 시설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고 있다.

○ 미국, 중국, 일본 뛰어들어

지금까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례는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들어선 30메가와트(MW)급 ‘하이윈드 스코틀랜드’가 유일하다. 해상풍력에서 앞선 영국은 2030년까지 1GW 발전 용량을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충당하겠다는 전력 수급 계획을 세웠고,  덴마크는 올해 2월 80km 떨어진 바다 위에 인공섬을 지어 수백 기의 해상풍력 터빈을 세우고 100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10GW를 발전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곽성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연구팀장은 “고정식은 해저에 콘크리트나 쇠기둥을 박아야 해서 수심 50~60m를 넘어가면 설치가 어렵다”며 “부유식은 수심이 100m가 넘는 바다에 충분히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서부의 태평양은 동부의 대서양보다 수심이 깊어 부유식이 유리하다. 실제 미국 해상풍력 자원의 58%가 수심 60m 이상의 해상에 집중돼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이 차세대 기술로 인정 받으면서 해상풍력 시장에서 유럽에 뒤져 있던 각국은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말 광둥성 양장(陽江)시 앞바다에 5.5MW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를 최초로 설치하고 시험가동을 시작했다. 곽 팀장은 “일본은 이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수 차례 부유식 해상풍력터빈을 시험했다”며 “최근 세계 풍력기술 트렌드는 10MW 이상급 대형 터빈 개발과 부유식 해상풍력이 대세”라고 말했다. 

200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 중이던 아레스I 로켓(오른쪽)의 시험 발사에 나선 장면. 당시 진동이 너무 심해 이를 상쇄하기 위한 장비가 개발됐고, 이 기술이 최근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에 활용됐다. NASA 제공

○ 로켓 기술, 생체 모방 기술까지 도입

부유식 해상풍력이 확산되려면 파도에 의한 마찰,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돌아갈 때 발생하는 진동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2019년 미 에너지부(DOE)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 등이 주도하는 13개 프로젝트에 총 2600만 달러(약 290억 원)를 투입하는 ‘아틀란티스’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메인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로켓을 발사할 때 진동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해상풍력 터빈에 적용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NASA는 우주왕복선 퇴역에 대비해 2000년대 ‘아레스I’ 로켓을 개발했다. 이 로켓은 우주왕복선 양옆에 붙어 있던 대형 고체 로켓 부스터를 개조한 모델로, 2009년 첫 시험 발사 당시 엄청난 진동이 발생했다.

당시 아레스I은 언젠가 인간을 다시 달에 보낼 때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NASA는 결국 로켓의 진동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진동 흡수 장치가 개발됐지만 끝내 아레스I 개발은 중단됐다. 메인대는 이때 개발된 진동 흡수 장치를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에 적용했다. 시험 결과 터빈이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진동의 약 90%가 잡혔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거미가 미세한 다리 털로 공기 떨림을 감지해 진동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모방해 부유물을 파도 에너지를 흡수하는 유연한 구조로 설계 중이다. 럿거스대는 파도와 바람에 따라 터빈의 움직임을 예측한 뒤 최적화한 상태로 발전기를 운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최근 무게는 35% 줄이고 발전 용량을 12MW(메가와트)로 키운 첨단 부유식 해상풍력 터빈을 공개했다. GE 제공

○ 한국 울산 앞바다도 부유식 해상 풍력 적지

업계에서는 2025년이면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2월까지 브라질 최대 전력회사인 웨그(WEG) 미국 지사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터빈을 개발한 박세명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매우 반기는 분위기”라며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회사들이 해상풍력에 엄청난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GE는 12MW로 세계 최대 규모에 무게는 35% 줄인 최첨단 부유식 해상풍력 터빈을 공개했다. 

한국도 해상풍력 자원의 90%가 수심 50m 이상 바다에 집중돼 있다. 현재 울산 앞바다에는 200MW급을 시작으로 2030년 이후 1.4GW 발전 용량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곽 팀장은 “부유식 해상풍력은 오뚜기처럼 움직이는 부유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원천 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할지가 관건”이라며 “조선해양 인프라와 선박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 한국의 노하우를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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