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늘린다는데.. 전기 끌어올 송전망 대란 어쩌나

이재은 기자 2021. 4. 2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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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송전망 구축이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바다 위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보내려면 송전망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수인데, 설치·운영 비용이 비싼 데다 송전선이 지나는 지역 주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어 골칫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015760)과 산업통상자원부, 전력거래소 등은 이르면 오는 7월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 계획’을 완성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오는 2024년까지 송전·변전설비를 신설하고 보강하는 계획이 담긴다.

노후 석탄발전소 30기를 폐쇄하고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를 지금의 4배 수준인 77.9GW(기가와트)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송전망 확충이 시급한 상황인데, 전력당국은 이런 변화를 반영한 장기적인 송전망 보강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지금까지는 석탄, 원자력, LNG(액화천연가스) 등 전국 대규모 발전소 300여개를 송전선과 송전탑으로 연결하면 원활한 전력 공급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전국 곳곳에 깔려 있는 수천개의 크고 작은 태양광·풍력 설비를 기존 송전망에 연결해야 한다"며 "물리적,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인 것은 물론, 운영·관리에도 비용이 많이 드는데 정부도 전력당국도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송전망 구축 계획이 논의 단계에도 접어들지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바다 위 해상풍력단지에서 육지까지 어떻게 전력을 끌어올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송전 방법 조차 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태양광·풍력의 경우 설비용량에 맞춰 송전망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용량이 동일한 석탄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보다 송전선을 2~3배 더 설치해야 하는 ‘과잉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전은 24시간 연속 일정하게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발전량에 맞춰 송전선을 설치하면 되지만, 태양광·풍력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해가 잘 나고 바람이 최대한으로 많이 부는 예외적인 상황에 맞춰 넉넉하게 송전망을 구축해야 계통 과부하에 따른 '블랙아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해상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량이 제로(0)이고 좋아야 30%인데, 송전망은 최대 출력인 100%에 맞춰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송전선 설치 비용이 동급 원자력발전소 대비 3배 이상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8.4GW급 신안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풍력발전기 1000개가 들어서는 대규모 단지인 만큼 천문학적인 송전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태양광·풍력으로 과잉 생산된 전력 때문에 강제로 재생에너지 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했던 제주도는 남아도는 전력을 육지로 전송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육지에서 제주도로만 전력을 보냈지만, 앞으로 제주에서 육지로 전력을 역송할 수 있는 해저케이블(HVDC·고압직류송전)을 신설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세워 출력제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수백억원을 들여 송전망을 설치하는 비용에 비해 육지로 보내는 잉여 전력량은 적기 때문에 경제성은 떨어진다.

바다, 산 등 오지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심이나 산업단지로 끌어오기 위해 필요한 송전선과 송전탑 건설도 지역 반대 등이 거세 향후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3년 부산 신고리 5·6호기 건설 결정 당시 전선이 지나가는 밀양 지역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태양광·풍력 설비가 늘면 육지에서도 제주도와 같은 전력 과잉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재생에너지 수요 예측은 물론, 송전망을 포함한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 계획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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