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갈탄 소비국 독일도 결심했다 "2038년 갈탄 화력발전 OUT"

윤신영 기자 입력 2020. 1. 17. 15:20 수정 2020. 1. 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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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석탄' 퇴출 위해 지역 설득..52조 들여 영구 퇴출 결정
독일 작센주의 갈탄 탄광의 모습이다. 세계 1위의 갈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독일이 16일(현지시간) 2038년까지 자국 내 갈탄 화력발전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갈탄 생산 및 소비 세계 1위국인 독일이 18년에 걸쳐 자국 내에서 이뤄지던 석탄(갈탄) 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8년 완전히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자국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다. 현재 전력을 생산하는 대표적 발전 방식인 갈탄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모두 완전히 종료하기로 결정한 지구상의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부장관, 스벤자 슐츠 환경부장관,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부장관은 15일 밤(현지시간)부터 시작된 마라톤 논의 끝에 16일 “2038년까지 독일 내에서 갈탄을 이용한 석탄화력발전을 완전히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발전을 종료하는 사업장이 있는 지역과 갈탄 생산 지역의 경제 붕괴를 막고 관련 종사자들의 처우를 지원하기 위해 400억 유로(약 52조 원)의 예산을 편성할 계획도 공개했다.

갈탄 화력발전은 현재 독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생산 방식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2018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독일에서 생산된 전력의 4분의 1(24.5%)가 갈탄 화력발전을 통해 생산됐다. 2위인 풍력(18.9%)과 3위 무연탄 화력발전(14.9%), 4위 원자력발전(13.2%)를 훌쩍 뛰어넘는다. 세계석탄협회와 유럽의 환경보건단체 '보건환경연합(HEAL)'에 따르면, 독일은 2015년 한 해 1억 7800만 t의 갈탄을 생산했고 1억 6820억 t을 소비했다. 생산과 소비 모두 세계 전체의 생산 및 소비의 17%를 차지해 세계 1위다.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갈탄은 ‘가장 더러운 발전’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원이다.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중금속 등을 대량으로 배출한다. 태운 뒤에 재가 폐기물로 남기도 한다.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2016년 펴낸 ‘유럽의 검은 그림자’ 보고서는 “독일에서 갈탄 및 무연탄 화력발전에 의한 대기오염으로 한 해 동안 조기 사망한 사람의 수가 4350명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연방정부는 갈탄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뜻을 밝히고 갈탄을 주로 생산하는 지역의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갈탄은 독일 동부인 작센주, 작센안할트주, 브란덴부르크주와 서부인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등 네 곳에서 주로 생산되고, 갈탄 화력발전 역시 이들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연방정부는 이들 지역의 정치인들과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계획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독일이 가장 신경 쓴 것은 갈탄 화력발전 중단에 따라 이들 네 주의 경제와 고용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 본사를 둔 독일 전력기업 RWE는 “2030년까지 6000명이 직장을 잃고 35억 유로(4조 5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정부는 서부인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 26억 유로(3조 3000억 원), 동부 세 주에 18억 유로(2조 3000억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등, 한화 52조 원의 예산을 18년간 투입할 계획이다.

독일은 2015년 기준 전세계 갈탄 생산의 17.3%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소비 역시 17%를 차지해 1위다. 자국 내 전력의 4분의 1을 갈탄으로 생산한다. 이렇게 갈탄 의존도가 높은 나라지만, 18년 안에 갈탄 화력발전을 완전히 없애기로 결정했다. HEAL 제공

독일 정부가 이렇게 대담한 석탄 화력발전 종료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30년까지 독일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으로 줄이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2020년대 말까지 전력 생산의 6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보다 적은 기존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증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각국은 독일의 결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6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제1의 경제대국 독일이 역사적인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는 데 남아 있던 마지막 장애물을 걷어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결정은 녹색당부터 우파인 독일대안정당(AfD)까지 정치적 입장이 다양해져서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 등 기존 정당을 압박하고 있는 독일 정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AfD는 독일 동부 탄광 지대에 영향력이 강한 정당이다.

이런 독일의 움직임에도 여전히 정부 대응이 너무 느리며 재생에너지 확대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입장도 있다. 독일 환경단체인 저먼와치의 크리스토프 발스 정책국장은  1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대 말까지는 필요한 감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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