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One]佛 마을 풍력발전 반대, '님비'일까 '자연보호'일까

정경화 통신원 2020. 1. 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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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호아 마을 풍력발전기 <정경화 통신원 제공>

(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지난해 11월22일 프랑스 오드프랑스 도의회 의장인 그자비에 베르트랑은 엘리자베스 본 교통부 장관에게 지역내 풍력발전단지 개발을 멈춰달라는 도민들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오드프랑스는 바람의 세기가 안정적이고 생태계 보호구역이 거의 없으며 평지인 농토의 비중이 큰 지역이다. 이런 지역 특성 때문에 이곳에는 프랑스에서 풍력발전기가 가장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오드프랑스 정부는 농토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경관을 훼손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지역내 풍력발전기 증대를 반대하고 있다.

한 예로 이 지역의 작은 마을인 호아(Roye) 주위에는 60개가 넘는 풍력발전기가 작동하고 있다. 이 마을 농업인 마리 반 비메쉬(61)는 지난 여름 한 기업으로부터 자신의 농토에 풍력발전기 설치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는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20~30년 후 120m 높이의 오래된 풍력발전기를 해체해야할 때가 걱정"이라며 "땅 아래에 심은 시멘트로 된 풍력발전기 받침대를 제거해야 해서 농토는 파괴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 근처의 수많은 풍력발전 단지 앞을 지나갈 때마다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원래 넓은 평지가 대부분인 이 지역은 일출과 일몰이 멋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풍력발전 단지 때문에 더 이상 그 풍경을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제1차세계대전으로 오드프랑스의 대부분의 마을이 파괴되고 석탄 산업 등이 무너지자 빈곤해져서 너무 많은 풍력발전기들을 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드프랑스 지역 출신인 테오 플라브노(33) 생태학 박사는 오드프랑스인들의 지역내 풍력발전 확대 반대를 "내 집 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 증후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인들은 유난히 경관에 집착한다"며 "그런 이유로 프랑스의 풍력 발전 정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본 교통부 장관은 지역 사회의 풍력발전소 기피현상을 겪은 후인 지난해 12월19일 풍력발전 허용 방안을 좀 더 보강하는 방안들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풍력발전기로 주민들이 겪는 폐해를 줄이면서 몇몇 지역만 풍력발전 포화상태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균형잡힌' 개발을 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방안으로 이웃 국가들과의 풍력발전기 분야 격차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는 3만 개의 풍력발전기가 있지만,프랑스에는 7000~8000개에 불과하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매년 600개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플라브노 박사는 정부의 풍력발전 확대 방안에 회의적이다. 그는 "수력발전을 위한 댐건설은 어류 서식환경에 영향을 주며, 태양열에너지를 위해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려면 많은 땅이 필요한 것처럼 환경을 전혀 파괴하지 않는 에너지 대안은 없다"며 "풍력발전기뿐만 아니라 다른 재생 가능 에너지들도 함께 조금씩 개발해 나가는게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오드프랑스 지역은 풍력에너지 대신 태양열 에너지와 바이오 가스를 생산해내는 '에너지 믹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에너지 믹스란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 것을 말한다. 베르트랑 의장은 이 프로젝트로 지역 내 농토를 보호할 수 있다면서 태양열과 바이오 가스 생산 확대를 위한 정부의 투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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