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남아 걸핏하면 세워야 하는 제주 태양광… 가을부턴 육지도 본격화

세종=전준범 기자 2023. 7.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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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설비 급증→전력 과잉 생산→수급 불균형
블랙아웃 방어 위한 신재생발전 출력제어 늘어나
풍력 제어면 충분했는데…이젠 태양광도 막아야
제주만 해당?…“올가을부터 육지 출력 제어 증가”

올해 들어 제주 지역의 태양광 발전 출력 제어 횟수가 이미 작년 연간 횟수를 두 배 가까이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출력 제어는 전력 생산량이 수요보다 훨씬 많아 수급 불균형에 따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우려될 때 취하는 조치다. 정부는 제주도 출력을 통제할 때 풍력을 먼저 제어하고, 그래도 수급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순서로 태양광 출력을 제한한다.

즉 태양광 출력 제어 횟수가 급증한다는 건 전력 수급 불균형의 빈도뿐 아니라 ‘강도’도 점점 세진다는 의미다. 생산한 에너지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송전망이나 잉여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라도 충분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이들 장비의 보급 속도가 신재생 발전 시설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전력 과잉 생산 이슈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출력 제어가 잦아질수록 국민은 블랙아웃 리스크에 자주 노출되고, 민간 발전 사업자의 손실은 더 커진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출력 제어가 주로 제주도에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내륙의 신재생 발전 사업자도 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전국 곳곳에서 신재생 발전 설비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정부는 육지 신재생 발전 출력 제어가 본격화하는 시점을 올가을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 당국이 제주도에서 출력 제어를 할 때는 통상 풍력 출력부터 제한하고 풍력만으로 감당이 안 될 때 태양광으로 넘어간다. 최근 태양광 출력 제어가 급증한다는 건 전력 수급 불균형이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은 국내에 설치된 한 태양광 발전 시설의 모습. / 뉴스1

◇ 제주 태양광 출력 제어 작년 28회…올해는 이미 51회

6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4일까지 에너지 당국이 제주 지역 발전 사업자에게 출력 제어를 지시한 횟수는 풍력 89회, 태양광 51회로 집계됐다. 풍력은 지난해 연간 출력 제어 횟수인 104회에 근접했고, 태양광은 이미 작년 횟수인 28회의 두 배 가까이가 됐다. 발전소 출력을 강제로 차단하는 건 전력 과잉 생산을 막기 위해서다. 전력 시스템은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이 무너져 전력계통 정상 주파수(60㎐)에 문제가 생기면 블랙아웃을 일으킬 수 있다.

전력 과잉 생산이 골칫덩이로 떠오른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 발전 설비 보급이 급증하면서 전력 과잉 생산이 잦아진 것이다. 생산한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송전망이나 남아도는 전력을 저장하는 ESS 보급이 부진한 상황에서 발전 설비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바람에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졌고, 덩달아 출력 제어도 빈번해졌다.

출력 제어가 육지보다 제주도에서 먼저 문제가 된 건 제주도 고유의 특성 때문이다. 제주도는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 설비가 많은데 반해 전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산업적 수요는 적은 편이다. 에너지 당국 관계자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탓에 잉여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일도 쉽지 않다 보니 출력 제어가 더 자주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들어 7월 4일까지 에너지 당국이 제주 지역 풍력 발전 사업자에게 출력 제어를 지시한 횟수는 89회다. 지난해 연간 출력 제어 횟수인 104회에 근접했다. 사진은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풍력 발전 단지의 모습. / 뉴스1

◇ 풍력만으로 제어 힘들 때 태양광 제어

에너지 당국이 진짜로 염려하는 건 제주도 출력 제어 횟수가 단순히 늘어서가 아니다. 발전 시설 1~2개 막는 정도로는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수급 불균형의 강도가 날로 세지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심각하게 고민한다. 정부 관계자는 “제주도는 전력 생산이 너무 많아지면 일단 풍력 출력을 제어하고, 풍력만으로 감당이 안 될 때 태양광으로 넘어가도록 돼 있다”며 “예전에는 풍력 통제만으로 충분했는데, 이젠 아니다”라고 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제주도의 풍력 발전 출력 제어 횟수는 총 64회, 태양광 제어 횟수는 1회였다. 2021년에는 한 차례를 제외하곤 풍력 발전 통제만으로 전력 수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는 의미다. 풍력 출력을 다 막고도 수급 균형을 맞추지 못해 태양광으로 넘어간 일 자체가 2021년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 후인 2022년 제주 지역의 태양광 출력 제어 횟수는 28회로 급증했다. 지난해 풍력 제어가 104회 이뤄졌는데, 이 중 28번은 전력 수급 불균형의 강도가 너무 세서 풍력과 태양광 출력 통제를 총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올해 태양광 출력 제어가 51회 이뤄진 사실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풍력 제어 89회와 비교해서 보면, 2023년 들어 7월 현재까지 제주 지역 출력 제어의 57.3%(89회 중 51회)는 심각한 전력 수급 불균형에 따른 조치였다는 뜻이 된다.

정부는 앞으로는 출력 제어 조치가 제주도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재생 발전 시설이 육지에서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 그래픽=손민균

◇ “더는 제주만의 이슈 아냐…가을부터 육지도 출력 제어 빈번”

더 큰 문제는 출력 제어 조치가 앞으로는 제주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자주 발생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신재생 발전 시설이 제주는 물론 육지에서도 계속 늘고 있고, 송전망 확충 속도는 인근 주민 저항 등의 이유로 앞으로도 더딜 수밖에 없어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9284메가와트(MW)이던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는 지난해 2만7962MW로 3배가 됐다.

제주도와 달리 육지는 전력 과잉 생산 상황이 발생하면 연료비가 가장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부터 잠근다. 이후 석탄·원자력·신재생 등의 순으로 출력 제어에 나선다. 원자력과 신재생은 출력 통제 순서가 반드시 정해진 건 아니다. 작년까지는 육지에서 출력 제어가 이뤄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륙에서 전력 과잉 생산 이슈가 불거진 건 올해 봄부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여름철이라 괜찮은데,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는 줄고 신재생 발전량은 풍부한 가을 시즌이 본격화하면 출력 제어가 다시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발전 설비 증가 추세 등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올가을부터는 제주는 물론 육지에서도 출력 제어가 잦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신재생 에너지 업계는 올해 출력 제어에 따른 손실액을 50억~6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가 끝나려면 6개월 더 남았다는 점에서 지난해 연간 손실 추산액인 50억원을 이미 넘어선 셈이다. 정부와 사업자 간 갈등도 심화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초 제주 지역 태양광 발전 사업자 12명은 광주지방법원에 산업통상자원부·한국전력·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출력 제어 취소 행정소송을 냈다.

신재생 사업자들은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출력 제한 기준과 근거가 불명확해 손실을 예상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출력 제어 최소화를 위한 인버터 성능 향상 등의 조치를 부지런히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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