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논란·신차 부재’ 폭스바겐코리아, 판매 실적 반등 ‘난망’

시간 입력 2023-11-07 07:00:02 시간 수정 2023-11-07 17: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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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누적 판매량 30% 감소…수입차 시장 7위 그쳐
품질 관련 이슈·신차 라인업 부족…디젤 의존도 높아
ID.4로 분위기 전환…전기차 수요 둔화에 부활 불투명

폭스바겐이 기나긴 판매 부진의 터널에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품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데 더해 물량 부족과 신차 부재의 여파로 판매 증가세가 완전히 꺾인 탓이다. 폭스바겐은 남은 하반기 전기차를 앞세워 판매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연내 수입차 시장 상위권 진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의 올해 1~10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7819대로, 수입차 시장에서 7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전년 대비 9.9% 증가한 1만5791대를 팔며 벤츠, BMW, 아우디에 이어 수입차 시장 4위를 꿰찼던 것과 대조된다.

폭스바겐이 역성장 국면에 접어든 건 지난 상반기 품질 관련 이슈로 차량 출고를 일시 중단한 영향이 컸다. 폭스바겐은 지난 1월 안전 삼각대의 반사 성능 결함으로 자발적 리콜(시정 조치)을 단행하며 티구안, 아테온 등을 포함한 모든 차종의 출고를 중단했다. 지난 6월에는 차량 소프트웨어 문제로 투아렉을 제외한 대부분 차종의 출고가 지연되기도 했다. 동유럽 홍수와 부품 수급난의 영향으로 제타, 골프 GTI 등 일부 차종의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점도 판매에 악재로 작용했다.

경쟁 수입차 업체와 비교해 부족한 신차 라인업도 판매 부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폭스바겐이 지난해 신형 골프, 아테온, 티구안 올스페이스, ID.4, 제타 등 전략 신차를 대거 투입한 것과 달리 올해의 경우 판매를 책임질 별다른 신차 출시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파사트, 티록 등 가격 경쟁력이 높은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수입을 중단한 점도 판매에 악영향을 끼쳤다. 폭스바겐이 올해 말까지 출시 예정인 신차 역시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폭스바겐이 판매 중인 차종 가운데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제외하면 모두 고전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판매량은 1984대로 193.1% 급증한 반면 티구안은 1374대로 4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테온은 769대로 60.5% 급감했고, 골프도 770대로 15.8% 줄었다. 전기차 ID.4의 경우 611대로 9.2% 감소했다. 디젤차 의존도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아테온, 골프, 티구안, 투아렉 등 간판 차종의 주력 엔진을 보면 가솔린보다는 디젤 비중이 훨씬 크다.

폭스바겐 ‘2023년형 ID.4’.<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2023년형 ID.4’.<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은 남은 하반기 ‘2023년형 ID.4’를 앞세워 판매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신형 ID.4는 폭스바겐이 지난 6월 출시한 ID.4의 연식변경 모델로, 복합 기준 440km에 달하는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기존 ID.4의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405km인 것을 볼 때 35km 늘어난 수치다. 또 가성비를 높인 신규 트림 ‘ID.4 Pro Lite’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사샤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ID.4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스키지안 사장이 제시한 장밋빛 전망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신차 수요 자체가 감소한 데다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차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11만761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하이브리드차는 22만3872대로 41.5% 증가했다. 높은 가격 부담, 충전 인프라 부족, 구매 보조금 축소 등이 전기차 수요 둔화 흐름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대내외 악재로 큰 어려움을 겪은 폭스바겐코리아가 판매 회복세 전환을 위한 추가 물량 도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ID.4만으로 현재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솔린 모델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신차를 빠르게 들여와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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