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 E-Tech 하이브리드. 사진=르노코리아 제공
XM3 E-Tech 하이브리드. 사진=르노코리아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글로벌 자동차 판매 4위인 르노닛산얼라이언스 내 역학 관계가 조정된다. 연합의 주도권을 쥔 르노의 지분율을 줄여 닛산과 동등한 관계로 개편한다. 이와 별개로 르노가 설립한 전기차 법인에 닛산이 지분투자에 참여키로 했다.

8일 양사에 따르면, 르노는 보유 중이던 닛산 지분을 43.4%에서 15%까지 낮춘다. ‘15%’는 닛산이 기 보유 중이던 르노 지분율과 동일한 숫자로, 양측은 이번 결정으로 얼라이언스 내에서 동등한 발언권을 갖게 됐다.

르노가 보유했던 닛산 주식 28.4%는 프랑스 신탁회사를 통해 매각할 방침이다. 동시에 닛산은 르노가 설립한 전기차 법인 ‘암페어’의 주식 15%를 매입할 계획이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상호 대등한 관계가 변화와 혁신을 가능케 한다”며 “새로운 체제가 서로의 신뢰를 깊게하고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협력도 강화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르노, 닛산, 미쓰비시 등 얼라이언스 소속 3사 임원들이 기자회견에서 연합 내 지분율 조정 등을 발표했다. 사진=닛산 제공
르노, 닛산, 미쓰비시 등 얼라이언스 소속 3사 임원들이 기자회견에서 연합 내 지분율 조정 등을 발표했다. 사진=닛산 제공

르노닛산얼라이언스는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 한국 현대차그룹, 미국 GM 등과 함께 글로벌 자동차 생산 ‘톱5’를 구성하는 대형 자동차 집단이다. 현대차그룹에 밀리긴 했지만 르노닛산얼라이언스는 지난해 625만대 이상 판매한 것으로 예상돼 ‘톱5’ 유지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사 연합의 탄생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극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1999년 경영 위기에 몰렸던 닛산에 르노가 54억달러를 투자하며 대형 자동차 연합이 탄생했다. 르노 출신 카를로스 곤은 닛산 CEO로 취임하면서 과감한 구조조정과 라인업 쇄신으로 르노닛산얼라이언스를 단숨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합으로 급부상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생산 및 판매 물량, 외부의 브랜드 가치 평가 등에서 닛산이 르노에 우세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내부적인 불만이 계속 쌓여왔고, 닛산측에서 지분 재조정을 수년간 요청해오면서 양측은 상호 평등한 관계로 얼라이언스 구조를 재편하기로 합의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정이 전기차 시장에서 약세인 양사가 ‘선택과 집중’을 위해 내린 것으로 분석한다. 프랑스가 본사인 르노의 지난해 유럽 내 전기차 점유율은 8.6%로, 폭스바겐(20.2%)은 물론 현대차그룹(11.1%)보다도 뒤쳐졌다.

한편,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지분 재조정이 국내 르노코리아자동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한 때 닛산의 미국 수출 물량(로그) 생산을 담당했지만, 현재 르노 XM3 등의 유럽 수출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지분 구조는 르노그룹 53%, 지리자동차 34%, 삼성카드 1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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