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창청자동차,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현지화 생산 시작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자동차 업체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 한국과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순수 전기차(EV)를 내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자동차와 중국 창청자동차(长城汽车)가 각각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현지화 생산을 시작한다.

28일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한〮중 자동차 제조사의 이 같은 공세에 맞서 지난 21일 스즈키가 도요타 상용차 연맹에 가입한다고 발표했다.

창청자동차는 올해 6월 말 태국 방콕에서 신차 발표회를 열고 ‘변화의 시간이 다가왔다(It’s time to chang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일본 자동차 업체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태국에서는 일본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 비중이 90%에 달하며 대부분이 휘발유 자동차다. 창청자동차는 앞으로 3년 동안 EV를 포함한 전기차 모델 9개를 출시해 태국 시장 판도를 바꿀 방침이다.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이 태국에서 철수하자 창청자동차가 GM 공장을 인수하면서 태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창청자동차는 이 공장에 약 47억 5000만 위안(약 8430억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기술과 로봇을 도입하고 연간 8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으로 개조했다. 창청자동차는 6월 하이브리드 자동차(HV) 생산을 시작했으며 2030년까지 EV를 생산할 계획이다.

창청자동차는 공장을 개조하면서 태국 정부의 EV 진흥 정책을 활용해 최대 8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 자동차에서 EV가 차지하는 비중을 3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 자동차 시장이지만, EV 전환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글로벌 자동차 대기업들은 태국에서 EV 현지화 생산을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태국 EV 판매량은 1400대에 불과하다. 이 중 상하이자동차그룹 수입차 비중이 60%를 차지한다.

일본 자동차 업체 현지화 생산 방면에서 미쓰비시 자동차가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전반적으로 HV를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태국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소득 수준도 낮기 때문이다.

창청자동차 전기차 오라/사진=창청자동차 홈페이지 갈무리
창청자동차 전기차 오라/사진=창청자동차 홈페이지 갈무리

창청자동차는 먼저 보조금을 제외한 실제 판매 가격이 7만 위안인 소형 EV ‘오라(ORA, 欧拉)’를 태국에 수출해 시장을 넓혔다. 창청자동차는 태국 시장 개척을 추진하는 동시에 현지화 생산으로 전환할 시기를 모색할 전망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업체가 틈새를 파고들며 저가 EV로 지속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는 태국과 함께 아세안 지역 양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 진출한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부근에 1조 8천억 원을 투자해 연간 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 올해 휘발유 자동차 생산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EV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일본 자동차 판매 점유율이 95%를 넘을 정도로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공장 건설 배후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11월 인도네시아 현지 자동차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같은 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경제협력협정(EPA)를 체결해 한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 관세 대부분이 철폐됐다. 이로써 한국 기업이 동일한 조건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와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국산차 20%를 EV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2013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행한 소형 친환경 자동차 진흥 정책에 따라 휘발유 자동차 중심으로 설비 투자를 마쳐 추가 투자에 신중한 태도다.

닛케이 신문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느리게 움직이는 일본 자동차 업체에 초조함을 느낀다고 지적하면서 도요타를 중심으로 하는 상용차 연맹이 기술력을 모아 소형 EV를 출시한다면 한〮중 자동차 제조사의 거센 도전에도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조성영 기자 chosy@nvp.co.kr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