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급등한 자동차..특정 브랜드 '쏠림' 심화

안민구 입력 2021. 3.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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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벤츠-BMW '빅4' 체제로 재편

국내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를 잊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하기 전인 지난해 2월보다도 올해 2월 자동차 판매가 오히려 늘어났다. 완성차, 수입차 할 거 없이 모두 두 자릿수의 호실적을 거뒀다. 다만 브랜드별 희비는 엇갈렸다. 완성차 브랜드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수입차 브랜드에서는 벤츠·BMW 쏠림 현상이 심화했다. 수입차 '빅2'는 국내 중견 3사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한국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기아·벤츠·BMW '빅4'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현대차·기아 내수 87% '싹쓸이'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차)의 2월 내수 판매실적은 총 10만1356대로 전년 동월 대비 24.0%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현대차와 기아의 선전에 기인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에서 5만2102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32.6%의 증가율을 보였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31.0% 증가한 3만7583대의 내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전년 대비 282.6% 증가한 5896대가 팔린 현대차 신형 투싼.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신차들의 판매 호조가 전년 대비 상승세를 이끌었다. 신형 투싼이 전년 동월 대비 282.6% 증가한 5896대 판매된 것을 비롯해 아반떼가 99.0% 증가한 5124대 판매됐다.

기아 역시 카니발(6153대, 145.1%↑), 쏘렌토(4945대, 147.5%↑) 등 신차 효과가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반면 신차 가뭄인 한국GM은 전년 대비 증가율이 2.4%에 불과한 5098대의 판매실적을 보였다. 지난달 800여 대가 팔렸던 경상용차(다마스·라보)가 조만간 단종될 예정이라서 마이너스 성장 전환이 불가피한 상태다.

르노삼성차도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390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인 지난해 2월이 주력 모델 XM3 출시 이전이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3월부터 인도가 시작된 XM3는 첫 달부터 5581대가 판매되며 회사 전체의 실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었다. 신차 효과가 희석된 XM3는 월 1000여 대의 판매실적에 그치고 있어 르노삼성은 내달 내수 판매부터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낼 전망이다.

쌍용차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전년 동월 대비 47.6% 감소한 2673대의 내수 판매실적으로 완성차 5사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신차가 없었고, 일부 협력사들의 부품 공급 중단으로 가동 차질까지 빚어진 결과다.

이처럼 내수 시장에서 후발 주자 3사가 부진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크게 치솟았다. 완성차 5사 내 현대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2월 48.1%에서 올해 2월 51.4%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기아 역시 35.1%에서 37.1%로 높아졌다. 현대차·기아 합산 점유율은 83.2%에서 86.9%로 3.7%포인트나 올랐다. 지난달 팔린 완성차 100대 가운데 87대가 현대차·기아인 셈이다. 고작 13대를 나머지 중견 3사가 나눠 가졌다.

코로나에도 여전한 수입차…'독일 3총사' 빼곤 '휘청'

수입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차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판매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물론, 베스트셀링카 순위마저 독식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3% 증가한 2만2290대로 집계됐다. 2월 누적 기준으로도 29.8% 오른 4만4611대를 기록, 최근 5년 새 가장 빠른 판매 흐름이다.

지난 2월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벤츠 E클래스'. 벤츠 제공

이런 수입차 선전 배경에는 독일차 브랜드 벤츠와 BMW의 활약을 꼽을 수 있다. 지난달 벤츠 판매량은 5707대였다. 지난해 2월(4815대) 대비 18.5% 늘었다. BMW는 566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년 동월(3812대) 대비 48.5% 증가한 규모다. 그 뒤를 쫓는 아우디와 폭스바겐도 독일 브랜드로, 각 2362대(점유율 10.6%), 1783대(점유율 8.0%)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들 독일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은 73.7%로 전년 동월 대비 12% 포인트 급등했다. 전월 대비로도 2.7% 포인트 오른 수치다. 2월 누적 기준으로는 72.4%를 기록했다.

반면 도요타·혼다 등 일본차는 여전히 일본 불매 운동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프, 재규어랜드로버, 캐딜락, 푸조, 시트로엥 등 중위권 브랜드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빈부격차 더 심해질 것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현대차·기아와 독일차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장 올해 현대차와 기아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과 새 라인업을 구성할 신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지만, 중견 3사들은 거물급 신차의 부재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쌍용차의 경우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11년 만에 다시 회사 존폐기로에 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100(프로젝트명)’ 론칭도 불투명해진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상승세 선두에 있는 벤츠와 BMW가 꾸준한 신차 계획과 함께 국내 인프라 투자 및 서비스 만족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어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판매가 부진한 수입차의 경우 본사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신차를 공격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데다 판매난으로 서비스센터가 줄어들면서 서비스 품질 악화에 따른 판매 위축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기아·벤츠·BMW '빅4'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벤츠와 BMW는 지난달 한국에서 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차보다 차량을 더 많이 판매했다. 수입차 ‘빅2’가 나란히 한국에 공장을 둔 중견 자동차 3사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특정 브랜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후발주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차를 꾸준히 내는 게 유일한 해답이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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