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i7 M70 x드라이브 | 길이 5.2m·무게 2.7t의 몬스터 전기차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2023. 11.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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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7 M70 x드라이브. 사진 BMW

BMW i7 M70 x드라이브는 길이 5.2m, 무게 2.7t의 덩치를 가졌으면서도 두 개의 모터로 총 659마력의 성능을 낸다. 통상 600마력 이상인 차를 슈퍼카라고 부르는데, i7 M70은 이를테면 슈퍼전기차인 셈이다. 가장 역동적이면서 가장 재미있는 운전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철학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고급 브랜드의 플래그십(기함)은 소유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는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운전기사가 모는 의전 목적으로 제작된 차) 성격이 우세하다. 그러나 BMW는 유난히도 성능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7시리즈 역시 아주 비싼 세단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운전의 즐거움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은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BMW의 설명이다. 굽잇길이 심했던 포르투갈 리스본 남부 해안도로와 산길 75㎞를 달렸다.

큰 그릴, 잘 달린다는 느낌 줘

외관은 이전에 국내 출시됐던 내연기관차 740i나 i7 x드라이브60과 크게 다르지 않다. BMW의 상징 디자인인 키드니 그릴(kidney·그릴 모양이 콩팥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은 위아래로 커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릴의 크기는 성능을 가장 시각적으로 잘 드러내는 요소로, 크면 클수록 ‘잘 달린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조금 과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너무 큰 그릴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차체는 길이 5391㎜, 너비 1950㎜, 높이 1544㎜로 꽤 거대하다. 경쟁차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비교해서도 그렇다. 앞뒤 차축 중심부 간 거리인 휠베이스는 3215㎜에 달한다. 대형 세단 시장에서 S클래스에 다소 뒤져있는 BMW로서는 7시리즈의 차체를 키워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려고 했을 터다.

헤드램프는 두 구역으로 나뉘었는데,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헤드램프를 만들어 반짝이는 보석을 보는 것 같다. 그릴 주변은 조명으로 둘렀다. 어둑한 길에서 신비로운 느낌을 주면서 차의 위치를 알리는 역할도 한다. 옆으로 가면 대형 세단 특유의 비율이 돋보인다. 뒤 유리창 끝에는 BMW 상징 디자인인 호프마이스터 킨크가 들어갔다. 뒤쪽은 차분하다. 두툼한 면발광 LED가 첨단의 느낌이다. 방향지시등은 은은하게 순차 점멸한다.

BMW i7 M70 x드라이브의 정면, 후면, 내부. 사진 BMW

맞춤형 실내 분위기로 전환

실내는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주는 요소가 가득하다. 12.3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졌다. ‘마이 모드(My mode)’는 사용자 취향에 맞게 실내 분위기를 바꾸는 기능이다. 요즘 차들은 에어컨 송풍구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게 유행이다. 크리스털 모양으로 깎아 만든 실내 마감 주변에서 바람이 넓게 실내로 퍼진다.

오너드리븐(onwer-driven·운전자가 중심이 되는 차) 성격이 짙지만, 뒷좌석에 대한 배려는 철저하다. 모든 문은 버튼 하나로 열리고 닫힌다. 옆 차나 장애물이 감지되면 열리는 각도가 달라진다.

BMW 시어터 스크린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31.9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다. 뒷좌석에 앉아 문짝에 붙어 있는 조작부의 ‘시어터 모드’를 누르면 창문에서 가림막이 올라오고, 좌석은 편안한 위치로 바뀐다. 영상이나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최적의 자세가 만들어 낸다.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귀와 가슴을 울리는 소리를 낸다.

전기차의 전원을 켜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기어 레버를 D(드라이브)에 맞추고 페달을 밟았다. 묵직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초반 가속이다. BMW 5세대 e드라이브 기술이 접목됐다.

전기모터, 파워 일렉트로닉스, 변속기를 하나의 부품 덩어리(모듈)로 만들어 앞뒤 차축에 각각 장착했다. 뒷바퀴 모터는 최고 489마력을 내고, 앞바퀴 모터는 최고 258마력을 발생한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659마력이다.

스포츠 모드로 달릴 때는 최대 107.1㎏f.m의 힘을 뿜는다. M 스포츠 부스트를 활성화하면 112.2㎏f.m으로 힘이 커진다. 부스트 버튼은 스티어링휠(운전대)에 붙어 있다. 버튼을 누르는 즉시 머리가 뒤로 확 밀리면서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3.7초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101.7㎾h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다. 배터리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국내 기준 복합 406㎞다. 도심에서는 392㎞, 고속도로에서는 423㎞를 주행한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복합 기준 315㎞로 주행거리가 짧아진다.

곡선 길 부드럽게 주행

리스본 남부 해안도로는 절벽 위로 연속 굽잇길이 이어진다. 제한속도는 시속 80~120㎞로, 조금 위험한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구간이 많았다.

제아무리 좋은 차라도 코너를 돌 때마다 원심력이 걸리는 물리법칙을 피하기 어렵다. BMW는 이 차에 최대한 원심력이 걸리지 않도록 여러 기술을 동원했다. 그 결과, i7 M70 x드라이브는 곡선 길을 빠져 나가는 데 매우 능수능란하다. 스티어링휠을 움직이는 대로 차가 정확하게 반응한다. 무게가 2.7t으로 중형 트럭에 맞먹지만, 스포츠카를 모는 듯 여유롭게 곡선을 빠져나간다.

풍광을 만끽하며 천천히 달리는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더 내봤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마자 굉장한 힘이 바퀴에 걸린다. 출력이 즉각적인 전기차 특성이 반영된 부분이다. 순식간에 추월하고 원래 차선으로 복귀했다. 가·감속 시 출렁거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포르투갈의 산길은 자잘한 굴곡이 있는 편이다. 도로 사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i7 M70 x드라이브의 하체는 엉덩이를 괴롭혀 피로도를 높이는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한다. 마법 양탄자에 앉아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고성능 차일수록 엔진이 돌아갈 때 나오는 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속도감을 시각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고성능차는 소리로 달린다는 말이 통용된다. 그래서 과거 엔진 시대에서는 이 엔진음을 특별히 만들어 내는 장인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전기차는 소리를 낼 엔진이 없다. 그래서 BMW는 독일 출신의 유명 영화 음악가 한스 치머와 전기차 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가속페달에 힘을 줄 때마다 웅장한 가상의 음색이 귀를 때린다.

실내음은 마이 모드에서 조절이 가능하다. BMW M 총괄 프란치스커스 판 밀 사장은 장거리 운전에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면 ‘릴랙스(휴식)’ 모드를 활성화해 보라고 했는데, ‘웅~’ 하는 낮은음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한스 치머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 ‘듄’의 전반에 깔려 있는 배경음악과 매우 비슷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 졸음을 키우는 것 같아 불만족했다.

i7 M70 x드라이브는 11월 3일 국내 공식 출시됐다. 가격은 2억31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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